젊은 투수들의 부상, 무엇이 문제인가 (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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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고먼 트레이너실

구단 관계자들에게 끊임없이 자신의 가능성을 증명시켜야만 하는 그곳에서, 어린 선수들이 무리를 하면서까지(어린 선수들은 무리라고 느끼지 못한다) 부상을 속으로 키우는 경우는 발생하게 마련이다.

통증을 느끼기 시작한 어린 투수에게 다가오는 정신적 압박감과 심리적 고통은 트레이너실을 '가장 가기 싫은곳 내지는 절대 가서는 안될곳'으로 만들어 버린다.

어린 투수들은 통증을 최대한 안고 던지려고 하며, 그 통증을 별것 아닌것으로 간주해보려고 시도한다. 그중 대다수는 '성장통'으로 판명나지만, 일부는 심각한 부상으로 발전하게 된다. 그들은 자신의 어깨가 dead arm(죽은 어깨)이 될때쯤에서야 부랴부랴 트레이너실을 찾는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는 트레이너도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는것이 보통이다.

트레이너는 일단 며칠간의 '무조건 휴식'을 명할 것이며, 만일 이후에도 통증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그때는 의학적 해결방안을 찾을 수 밖에 없다. 의사의 입에서 만일 '수술'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온다면, 그들은 스스로 '내 야구인생이 끝난 것은 아닐까?'라는 극도의 불안감에 시달리게 된다.

◇ 구단의 입장

구단의 입장에서는 유망주 한명을 수술대 위에 올려놓는다는 것이 여간 신경쓰이는 일이 아니다. 그래서 시애틀 매리너스의 경우 어린 투수들에게 '통증이 있다면 던지는 것을 쉬어라.'고 교육하고 있다. 그들은 적어도 이들이 일상적인 통증과 부상의 통증을 구분해낼 수 있을때까지는 이런식의 보호방법을 쓰도록 권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일단, 어린 선수들이 과연 자신의 통증을 쉽게 보고할 수 있는 클럽하우스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겠는가?의 문제와 그런식으로 과잉보호 속에서 자라난 선수들이 진정 빅리그감이 될 수 있을까? 라는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후자쪽 문제에 대해 매리너스의 특급 중간계투요원 제프 넬슨은 이렇게 말한다.

"도대체 당신들은 우리가 왜 맨날 공던진 다음에 아이싱을 한다고 야단인지 아시오? 이게 다 통증때문입니다. 아픔을 조금이나마 없애보기 위한 행동 입니다. 몸상태 100%짜리만 투구를 시킨다면 아마 투구할 수 있는놈들 얼마 없을겁니다?"

시애틀의 투수코치인 프라이스씨의 의견도 비슷하다.

"작년에 불펜에서 활약하던 투수들중 브렛 톰코와 로버트 램시는 '맨날 몸상태 좋은날만 던질수는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만 했습니다. 그들은 몸이 안좋은 상태에서 한번도 공을 던져본 일이 없었어요. 구원투수는 절대 그렇게만 할 수는 없죠."

이들은 마이너리그 시절의 지나친 관리가 오히려 역작용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분명 이들의 얘기에도 일리가 있다. 빅리그 투수라는 직업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 어떤 컨디션이라도 자신의 모든것을 최대한 이용할 수 있는 피칭을 할 수 있어야만 한다.

매리너스의 구원투수 아서 로즈의 '나를 믿고있는 감독 앞에서 어떻게 "나 공 못던지겠다" 하고 얘기할 수 있겠는가' 라는 말처럼, 빅리그의 투수는 언제나 감독의 부름을 받고 출격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만 한다. 이런 훈련이 마이너시절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3)편에 계속

조용빈 - 메이저리그 자유기고가

기사출처 http://www.buntnh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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