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치주의 수출하는 그리스 황금새벽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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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반이민·반긴축·외세배격을 내세우며 그리스에서 활개를 치고 있는 네오나치주의가 해외로 수출되고 있다. 그리스 극우 황금새벽당이 독일·호주·캐나다·미국 등에 신나치주의를 확산시키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2일 전했다.

 모국의 위기에 실망과 분노를 느끼는 그리스 이민사회가 주요 공략 대상지다. 독일에 지난달 지부를 연 데 이어 호주에도 곧 사무실을 둘 계획이다. 그리스 이민자 300만 명이 거주하는 미국에서는 신분을 노출하지 않은 채 자선사업 등을 통해 접근하고 있다. 1946~49년 그리스 내전을 피해 수만 명이 건너간 캐나다에서도 활동을 개시했다. 당 대변인 일리아스 카시디아리스는 “그리스인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세포조직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그리스 재정위기가 발생하기 전인 2009년에만 해도 황금새벽당의 지지율은 0.3%에도 못 미쳤다. 이들에겐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가 오히려 기회가 됐다.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그리스 정부가 강력한 긴축정책을 펴자 국민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기성 정당에 등을 돌린 유권자들을 흡수하고 있는 황금새벽당은 중산층으로까지 지지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총선에서 18석을 차지해 85년 창당 후 처음으로 원내 진출에 성공하면서 돌풍으로 변했다. 최근 퍼블릭 이슈 여론조사에서는 11.5%의 지지율로 3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그리스 황금새벽당은 독일·이탈리아·루마니아의 네오나치주의자들과 정기적으로 만나 교류하기도 한다. 최근엔 언론인을 자처하는 독일 나치주의자 2명이 그리스 의회에서 창당자인 니콜라오스 미칼롤리아코스 사무총장을 방문했다. 『황금새벽의 검은 성경』이라는 책을 쓴 디미트리스 차라스는 “당이 범유럽 네오나치 동맹의 중심이 되기를 원한다”며 “네오나치의 영향력을 세계적으로 넓히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발도 심하다. 미국 뉴욕에 살고 있는 알렉스 카를루트소스 신부는 “황금새벽당에 황금은 보이지 않는다”며 “민족주의·파시즘·외국인혐오는 그리스인의 정신적·문화적 유산에는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경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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