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나흘째 파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회는 대정부질문 마지막 날인 21일 여야가 민주당 송석찬(宋錫贊) 의원의 발언과 한나라당의 물리적 저지에 대한 상대당의 사과를 요구하는 등 책임을 떠넘기며 대치함에 따라 나흘째 파행했다.

본회의에 앞서 민주당 이상수(李相洙), 한나라당 이재오(李在五) 총무는 전화접촉을 갖고 국회 정상화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으나 여야간 입장차이를 확인하는데 그쳐 순조롭지 않은 국회운영을 예고했다.

또한 이재오 총무와 민주당 송훈석(宋勳錫) 수석부총무는 잇따라 의장실을 방문,조율을 시도했으나 국회 정상화 방안 마련에는 실패했다.

이에 따라 오전 10시로 예정된 본회의는 한나라당 의원 60여명만이 참석, 가까스로 의사정족수를 넘긴 가운데 11시10분께 이만섭(李萬燮) 의장의 사회로 개회가 선언됐다.

이 의장은 "지난 19일 단독국회는 부시 미 대통령이 방한하는 날인만큼 국회를 여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것이 좋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나는 여당의 편도, 야당의 편도 아닌 국민, 국가의 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국회의장은 여야를 떠나 공정해야 하므로 2월 임시국회에서 국회법 개정을 통해 당적을 떠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빨리 (당적에서) 제명되길 바란다"며 최근 이 의장을 겨냥한 '형평성 항의'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이어 "여야 사정을 감안할 때 3월 임시국회는 어려울 것"이라며 "2월 임시국회는 테러방지법, 선거법, 중앙선관위 위원 추천안 가결 등 처리해야 할 사안이 산적하다"며 여야 합의에 따른 국회정상화를 촉구하며 11시18분께 산회를 선포했다.

이재오 총무는 산회 직후 본회의장에서 "국회는 여당이 본회의에 복귀하면 정상화할 것"이라며 "여당이 본회의장에 돌아오지 않는한 상임위 활동은 이뤄지지 않을것"이라고 밝힌 뒤 자당 의원들의 해산을 알렸다.

본회의에 앞서 열린 민주당 의총에서 한광옥(韓光玉) 대표는 "국회의원이 발언하는데 폭력으로 저지해 발언을 못하게 하는 일은 있을 수 없으며, 국기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홍위병' 발언도 묵과할 수 없다"며 "정치적, 법적 사과가 선행돼야 하며 그러지 않고는 국회에 임할 수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이상수(李相洙) 총무는 이어 "여당이 적반하장의 입장을 취하고 있어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면서 "야당이 사과하지 않으면 오늘 본회의는 무산될 것"이라며 한나라당의 선(先) 사과를 거듭 촉구했다.

이날 본회의가 이뤄지지 않음에 따라 민주당이 본회의에 불참할 경우 상임위를'보이콧'하기로 한 한나라당 입장에 따라 오후에 예정된 정보위 전체회의, 재경위 및 국방위 소위도 각각 취소됐다.[연합]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