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황 사료로 돼지 길러 ‘맛있다’ 입소문 … 연 매출 12억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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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천안아산&이 농번기를 맞아 농업으로 성공한 이들의 스토리를 담은 ‘부농의 꿈 일군 사람들’ 코너를 다시 시작한다. 첫 번째 소개될 농업인은 2008년 귀농에 정착해 연 매출 12억을 올리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김범진(35) 도고양돈 대표다. 그는 현재 아산 도고면에서 돼지 농가를 운영하고 있다. 기존 돼지와 달리 유황을 섞은 사료를 먹이는 차별화를 둠으로써 매출 증대에 탄력을 받았다. 또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으로 타 농가에 모범사례가 되고 있다. 27일 그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김범진 도고양돈 대표가 젖먹이 새끼 돼지를 들어 올리며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김 대표는 현재 유황 먹인 돼지 2000여 마리를 사육하며 부농의 꿈을 일궈나가고 있다. 조영회 기자

“유황돈은 돼지고기 특유의 냄새가 적고 육질이 고소하며 씹을수록 깊은 맛이 일품이죠.”

 이날 오전 11시. 김 대표는 자신이 키우는 돼지들을 보여주며 유황돈의 특징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그는 2년 전부터 일반 돼지가 아닌 유황먹인 돼지를 출하하고 있다. 유황 돼지는 아산시 농업기술센터에서 2년간 지속해온 육성지원사업이다. 도고온천을 중심으로 아산 관광먹거리 개발을 위해 여러 평가를 거쳐 관내 7개 축산농가를 선정했다. 7개 축산농가에는 일반사료가 아닌 법제 유황을 첨가한 ‘유황사료 지원 사업’을 해오고 있는데 도고양돈이 이 중 한 곳으로 지정된 것이다.

 “처음 사업제의를 받았을 때는 사실 반신반의 했어요. 사람으로 따지면 식습관이 완전히 바뀌어지는 거니까 불안하기도 했죠.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유황사료의 효과가 나타났어요.”

 유황을 먹인 돼지는 일반돼지보다 발육이 더 좋았다. 그러다 보니 각 부위별 활용도도 더 높았다. 면역력 강화에도 효과가 있었다. 김 대표는 돼지들에게 출하하기 전까지 항생제 주사를 거의 놓지 않는다고 한다.

 “일반 돼지에게는 출하 전까지 보통 2~3회 정도의 항생제 주사를 투여했습니다. 유황 사료를 쓰다 보니 성장속도가 빠르고 건강상태가 좋아지는 것을 느껴 시험 삼아 항생제를 투여하지 않았는데 별다른 문제가 없었어요. 오히려 돼지들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었죠.”

 현재 그는 아산지역 10여 개 음식점에 유황돈을 납품하고 있다. 아산시농기센터에서의 꾸준한 홍보와 유황돈을 먹어본 사람들의 입소문으로 주문량은 계속 급증하고 있다. 또한 농가 인근에는 정육점도 함께 운영하며 부위별 생고기와 2차 가공식품(뒷다리 훈육 등) 판매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농업은 ‘블루오션’, 시작이 반이다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농업의 경우 실천하기가 어렵죠. 하지만 시작만 한다면 성공률은 다른 사업보다 훨씬 높아요. 농업은 진정한 ‘블루오션’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대표를 처음 만났을 때 ‘성공가도를 달리는 농업인 치고는 아주 앳된 얼굴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상대로 그는 지금까지 만나온 부농인들 보다 훨씬 어렸다. 그의 나이는 불과 35세. 김 대표가 어떻게 사업을 시작했는지, 왜 많은 일들 중 농업을 하게 됐는지 궁금했다. 그의 꿈은 원래 변호사였다. 법학을 전공한 뒤 몇 년간 사법고시를 준비했다. 변호사 사무실에서 사무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자신이 농업인이 될 줄은 몰랐다고 한다.

 “부모님께서 원래 돼지 농가를 오랫동안 운영하셨어요. 근데 늘 일손이 부족해서 힘들어하시는 모습을 보고 저 역시 안타까웠죠. 그러던 어느 날 저에게 ‘농장 경영을 맡아 해보지 않겠느냐고 권유 하셨어요. 고민 끝에 귀농을 하기로 결심했죠.”

 그는 부모님의 권유를 받아드려 비교적 이른 나이인 31세에 돼지 농가를 운영하게 됐다. 그는 자신만의 경영방식으로 돼지 농가를 새롭게 탈바꿈시켰다. 전산시스템을 도입해 타 농가와의 수입을 비교분석하기도 하고 돼지의 건강상태를 꼼꼼히 체크해 추후 매출 목표를 정하기도 했다. 영농후계자들끼리 모임을 갖고 여러 정보를 공유하기도 했다. 유황돈 생산 역시 그로 인해 시작된 사업이었다. 무엇보다 그가 경영을 시작하면서 가장 큰 변화를 준 것은 바로 ‘무창돈사’였다. 기존 축사는 돼지들을 한 우리에 모아 놓고 함께 사육해왔었다. 하지만 무창돈사는 방을 나눠 비슷한 나이의 돼지들만 모아 키우는 것으로 위생적이고 관리가 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창문 역시 여러 개로 나눠 환기에도 도움을 줬다. 돼지들이 스트레스 없이 활동적으로 자랄 수 있도록 넓은 공간에 적은 수의 돼지를 풀어놓은 ‘배려(?)’ 역시 김 대표의 새로운 경영방식이었다.   

“돼지는 원래 활동적인 동물입니다. 좁은 공간에서 함께 있다 보면 스트레스를 받기 마련이죠. 축사를 운영하며 ‘돼지 역시 사람의 정성을 받으면 받을수록 더 건강해진다’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지금은 손이 많이 가지만 추후 잘 정착되면 오히려 더 편해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인내심 갖고 2년 꾸준히 노력하세요”

새로운 경영방식을 도입하며 승승장구 하고 있는 김 대표. 하지만 그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얘기한다. 최종 목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바로 ‘복지 농장’이 그것이다. 복지 농장은 농업산업이 활발한 유럽에서 쓰이고 있는 경영방식이다. 돼지들을 실내가 아닌 실외에서 키운다. 넓은 울타리 안에서 돼지가 자연을 벗삼아 더 건강하게 성장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돼지들의 분뇨를 퇴비로 사용할 수 있어 채소나 과일 등의 밭농사를 함께 할 수 있다고 한다.

“자연순환 농법입니다. 유기질 비료를 사용함으로써 친환경 농업을 할 수 있는 거죠. 분뇨 처리와 동시에 비료 값을 줄일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그는 자신이 생산해내는 작물이 로컬푸드로 확대되길 원한다. 로컬푸드는 지역 내 생산된 농산물을 외부로 유출시키지 않고 자급자족하는 방식이기에 중간 유통마진을 없앨 수 있다. 주민들은 신선한 재료의 농산물을 먹을 수 있어 좋고 농가는 소득을 올릴 수 있어 좋다.

 “새로운 사업을 시도한다는 것은 언제나 위기가 따르기 마련이죠. 하지만 할 수 있다는 ‘확신’과 ‘도전정신’이 있다면 못할 것도 없습니다. 최근 들어 귀농을 꿈꾸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데 그런 분들께 한 가지만 말씀 드리고 싶어요. 귀농이 부농이 되기까지 인내심을 갖고 2년 정도만 꾸준히 노력하시라고요. 그럼 성공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겁니다.” 

조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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