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신민당 후보의 기자회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윤보선 신민당 대통령 후보는 8일 오전 대통령 후보 지명 수락 후 첫 기자회견을 갖고「10대 집권목표」를 밝혔다. 윤 후보는 『지금까지 정권 교체의 여건이 부족했던 것이 아니라 정권인수의 여건이 미흡했을 뿐이었는데 단일야당의 출현으로 정권교체의 태세를 확립했다』는 신념을 피력하였다고 들린다. 그 이념으로 보나 전통에 비추어 이 나라 보수정당의 양맥이라고 할 수 있는 구 민중당과 구 신민당이 신민당으로 통합되었다는 것은 국민적 요청에 부응하는 것이었다.
야당부재라는 대중적 힐난과 단일야당의 결성을 촉구하는 그 동안의 일반여론은 정상적인 대의제의 구현과 평화적인 정권교체를 희구하는 국민의 기원이었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보수 양당의 통합이 이루어지고 대통령 후보와 당수의 결정이 끝난 지금「정권인수의 태세확립」을 유권자에게 공언한 것은 정당정치의 기본에 비추어 대통령 후보로서의 당연한 소위라고 보여진다. 문제는 정권인수의 역량과 집권하였을 경우의 정책의 대망이 틀림없이 국가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을 정도의 것이냐에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관점에 설 때「국가정세의 변동」을 들어 국군 파월을 기정사실로 시인하며, 일체의 정치보복을 금지하겠다는 윤 후보의 발언은 그의 종래의 주장과는 일관성이 없는 것이어서 약간의 의아를 자아내게 한다. 어떻게 보면 집권을 전제로 한 온건한 정책방향이라고도 볼 수 있을 터이지만,, 월남문제·중공문제 등 인접지역에 대한 정세판별에 있어서는 정치가로서의 투철한 견식이 처음부터 있었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리고 정치보복의 금지는 민주정치의 대본이고 정권의 평화적 교체를 전제로 하는 것이며 법치국가의 근본에 관계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에 관한 한 윤 후보는 지난날의 대통령 재임시에 소급법에 관한 교서 등, 정치보복의 앞장을 서지 않을 수 없었던 사실이 있었다. 따라서 이 문제에 관한 윤 후보의 어제 발언내용은 확고한 민주적 신념의 토로일 것으로 믿으며 여·야는 물론 이 나라의 모든 정객이 똑같은 신념으로 민주원리의 궁행에 어긋나는 일이 다시는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10 집권목표」중 논리상의 연관이 불명확하고 역사적인 개념이 모호한 것은 재벌경제·대중경제·시민사회 등등의 용어와 그것의 의미상 관련에 있다. 자유제사회제도를 좇고 있는 대한민국이 시민사회에의 접근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은 역사적인 발전과정으로 보아 명백한 이야기에 속한다. 또한 자유기업제와 자본주의를 경제체제의 근간을 하는 이 나라가 경제활동의 자유 위에서 규모의 경제성을 최대한으로 실현해야 한다는 것도 당연한 이야기다.
기간산업의 건설과 경영규모의 대규모화는 경제개발의 초기 단계에서 필연적으로 요청되는 것이며, 이것이 이룩되는 과정과 그 결과로서 분배의 공정성과 국민소득의 증대 및 균점은 실현될 수 있다. 이와 같은 경제개발의 단계적 과정이나 개발전략에 대한 기본적 이해를 소홀히 한 채로 덮어놓고 중산층 대중 시민 운운한다면 관념상의 혼란을 야기시킬 우려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책목표의 설정이 타당성을 띠고 있다고 하여 시책집행 과정에서 부정과 부패가 만연되고 있다면 이것은 절대로 허용될 수 없다. 그러므로 막연한 대중경제 논의보다는 사회의 공정성과 기강을 근본적으로 흐리게 하는 부정부패에 대한 더욱 강력한 「캠페인」을 윤 후보에게 국민은 바라고 있을 것으로 안다.
똑같은 의미에서 『부정선거를 자행하면 유혈사태를 빚어내는 한이 있더라도 이를 막겠다』는 윤 후보의 결심에 적극 후원을 보낸다. 공명선거는 여·야 쌍방을 위하는 길일뿐 더러 이 나라의 정치질서를 정상화하기 위한 기본 명제이다. 그러나 유혈사태 운운은 결심의 강도를 의미하는 표현일 것으로만 이해하고 싶다. 선거의 공명여부는 언론의 자유와 국민일반의 엄격한 감시만 보장되면 판가름 할 수 있다.
어떻든 통합된 보수야당이 결성되고 그 대통령 후보가 집권목표를 국민 앞에 제시하기에 이른 것을 무척 다행한 일로 생각하여 마지않는 바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