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쌀만 한 금알갱이 촘촘히 일곱 마리 용이 날아오르듯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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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6호 14면

삼성미술관 리움의 올해 첫 전시는 ‘금은보화(金銀寶貨)’전이다. 3월 28일부터 6월 2일까지 67일간 열린다. 리움 소장품을 비롯해 국립중앙박물관, 국립고궁박물관 등과 미국 보스턴미술관에서 대여한 국보 9점, 보물 14점 등 총 65점의 ‘정수’를 한자리에 모았다.

삼성미술관 리움 ‘금은보화’전으로 본 한민족의 세공기술

‘금제 교구’(낙랑 1세기), 금·터키석, 길이 9.49, 높이 1.9, 폭 6.35~4.6 cm, 국립중앙박물관, 국보 제89호

우리나라의 금속공예 기술은 삼국의 왕권이 확립되는 3세기부터 크게 발전하기 시작했다. 녹이거나 두드려 다양한 형태를 만들고 여기에 음각, 양각, 투각, 도금, 금·은입사 표면 장식 등의 기법을 능수능란하게 구사했다. 무녕왕릉에서 출토된 금속제품에서는 투각, 선조, 누금, 타출 같은 장식기법이 총망라됐음을 알 수 있다. 게다가 황남대총에서 나온 은제 잔이나 식리총 출토 신발, 미추왕릉 출토 장식보검 등에서는 페르시아나 중앙아시아적 요소가 반영된 문양이 보인다. 신라가 일찍부터 외국과의 교류를 통해 국제적인 요소를 적극 수용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금제 교구’(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국보 89호, 사진 왼쪽 위)는 평양 대동강면 석암리 9호분에서 출토됐다. 1세기 무렵 낙랑의 것으로 추정되는데, 미세한 금 알갱이와 가는 금사를 누금 기법으로 붙여 어미용 한 마리와 새끼용 여섯 마리를 표현했다. 또 영롱한 청록색 터키석을 집어넣어 화려함을 부각했다.

‘상감 유리구슬’(국립경주박물관, 보물 634호, 사진 오른쪽 위)은 신라 5~6세기 제품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1971년 경주 미추왕릉에서 출토됐다. 유리 구슬 안에 사람 얼굴을 포함해 여러 가지 그림을 상감한 것은 서역 유리의 전통이다. 유리 구슬을 들여다보면 화려한 꽃 사이로 흰색 오리가 놀고 서역인을 닮은 사람 얼굴도 보인다. 이 상감 기법은 기원전 4~2세기께 지중해 연안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고려 1229년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청동은입사 운룡문 향완’(국보 214호)에는 몸체를 돌아가며 4개의 능화창 안에 운룡과 봉황을, 굽다리에는 당초문을 새겨 넣었다. 몸체에 운룡과 당초 무늬가 함께 들어간 것은 매우 드문 예다.

관람의 집중력을 높이는 적절한 조명 및 배치와 함께 이번 전시의 가장 큰 볼거리는 디지털 기술과의 결합이다. DID 고해상도 모니터를 활용해 회전과 확대가 가능하다. 초고화질 대형화면으로 조상들의 섬세한 기술을 하나하나 확인할 수 있다. 4월 4일 오후 2시에는 큐레이터와의 토크도 마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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