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와 재정 자립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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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내무부는 그 동안 연구해오던 지방자치 문제에 대하여 결론을 내리고 이를 오는 27일 지방자치백서로 발표 할 것이라 한다. 공화당이 지난번 총선거에서 공약으로 내세웠던 지방자치제도의 실시는 그 동안 지방재정의 자립도가 낮기 때문에 이를 실시하여도 실질적인 지방자치가 이룩될 수 없다는 관점에서 지금까지 이를 천연시켜 왔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오는 27일에 발표될 것으로 알려진 백서는 아직도 지방재정의 자립도가 평균 28여%에 불과하여 지방자치를 실시하기 어렵다는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는 듯 하다. 또한 일부에서 주장하고 있듯이 그렇다면 지방재정의 자립도가 높은 서울·부산 등지에 대하여는 우선 시범적으로 지방자치를 실시해야 할 것이 아니냐하는 견해에 대해서도 엄 내무는 그럴 생각이 없다고 이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가 민주주의 정치체제를 근기로 삼고 있는 만큼 차츰 그 체제에 접근해 가야할 것이라 함은 하나의 당위적인 명제라 할 수 있는 것이며 이를 빠른 시일내에 실현시키는 수단의 하나로서 지방자치제의 확립을 조야간에 열망하고 있다할 수 있겠다.
이러한 열망에 따라서 내무부가 이 문제를 연구 검토해 왔던 것이 사실이라면 지방자치를 조속히 실현시키기 위한 종합적인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지, 지방재정의 자립도가 낮으니까 이를 실시할 수 없다는 것은 정부의 태도로서는 온당치 않은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오히려 지방재정의 자립도가 낮아서 지방자치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정부가 취하느니보다는 조속한 시일내에 지방재정이 자립될 수 있도록 조세정책과 산업정책 등을 개편해 나가야만 떳떳하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 우리의 견해이다.
현재의 조세체제를 그대로 놓아두는 한 지방재정이 자립할 수 있는 곳은 서울과 부산 등에 국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산업의 지역적인 분산이 정치적으로 배려되지 않는 한 조세체제의 개편만으로 모든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이 자립하기란 어려울 것이라 함도 또한 명백한 것이라 하겠다.
이와 같이 볼 때 민주제확립을 위하여 지방자치제를 시급히 실시하는 것이 옳다면, 지방재정의 자립도 운운으로 지방자치제를 천연시키는 온당하지 않은 입장을 취할 것이 아니라 지방재정의 자립도가 어느 수준에 다다랐을때 지방자치 제도를 실시할 것이며 그러한 재정자립제도를 조속히 실현시키기 위해서 조세체제를 어떻게 개편하겠는가 그리고 지방세원을 배양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산업정책을 집행 할 것인가를 속 시원히 발표해 주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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