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통합에 대한 기대

야당 통합의 공작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대통령 후보와 당수의 안배까지 무난히 결정되는 것을 보자 반신반의의 태도로 관망하고 있던 일반 국민은 물론이오 여당의 대변인까지도 환영의 뜻을 표시하고있다. 그리고 이것은 일반 국민이 모두 야당의 편을 들기 때문도 아니고, 또한 정당인들 사이의 형식적인 수 인사에서 공화당 대변인이 그러한 담화를 발표한 것도 아니며, 야당 통합의 성취가 우리나라 민주 정치의 발전을 위하여 틀림없는 진일보가 된다고 모두들 인정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사실 지금까지 야당이 단합을 보지 못하고 있은 것은 야당 자체를 위하여서 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를 위하여서도 크나큰 불행이었다. 첫째로 야당이 갈려서 서로 싸우게 되면 여당의 독주를 유발하여 일당 독재의 악습을 남기게 될 것이고, 다음에 둘째로 더 나아가서는 여당마저 행정부의 시복으로 전락하여 결국은 국회가 무시되는 풍조를 조성할 것이며, 이리하여 정상적인 불평 배출구로서의 국회가 그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자 민주주의 그 자체까지도 경시 당하는 옳지 못한 위기 의식이 지배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양식 있는 일반 국민뿐만 아니라 정부와 여당까지도 건전 야당의 출현을 진심으로 갈망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국민 전체의 여망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야당 인사들은 정권 획득을 위한대 여 투쟁보다도 자기네들끼리의 싸움에 더 열을 올려왔었다. 소위 「국민의 당」의 창당과정에서 보여 준 추태는 야당 정치인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완전히 위반하였고, 그것은 오늘에 이르기까지도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는 정치인에 대한 국민의 불신감의 결정적 요인이 되어왔던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당 정치인들은 반성 할 줄을 모르고 그야말로 「피가 나게」 서로 헐뜯고 싸우기에만 여념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최근에 이르러 신한당의 윤 총재가 야당 통합을 제안하고 나섰을 때에도 일반 국민은 그것을 곧이 듣지 않았고, 여당에서도 또한 그렇게 관심을 두지 않고 그저 방심하고 있었던 것인데, 이제 후보와 당수의 안배가 끝나고 통합 신당의 창당 대회까지 열리게 되었어도 도시 『믿을 수 없다.』는 것이 우리들의 솔직한 심정인 것이다. 지상에서는 「기적」이라는 말이 자주 눈에 띄지만, 야당 정치인의 생리에 대한 지금까지의 일반 국민의 선입견으로 본다면, 야당이 통합하여 앞으로의 선거에 임하게 된다는 것은 확실히 하나의 기적이 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만큼 우리들 국민은 일면 환영하면서도 앞으로의 사태진전에 대하여 아직 불안한 마음을 금할 수 없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가 한 가지 명백히 해두고 싶은 것은 우리가 야당의 통합을 환영한다고 해서 그것이 곧 정권교체를 원하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민주 발전을 위하여 그것이 필요하다고 인정하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정권 교체의 여부는 투표함을 열어 보아야 알 수 있는 일이고 그 이전에는 누구도 그것을 예측하거나 단언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여당에 대적할 만한 실력 있는 건전 야당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어떤 정당에로 정권이 돌아가든 「일당 독재」「국회 무시」「위기의식」과 같은 불건전한 상태는 극복될 것이고, 따라서 그만큼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일보를 전진한다고 말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는 지금 야당 진영에서 벌어지고 있는 새로운 사태에 대하여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그 추이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아직 일부 층의 반발이 사라지지 않고 여러가지로 잡음이 들려 오고 있지만, 그러나 「국민의 당」의 추태가 반복되어 결정적으로 국민을 절망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일이 일어나서는 아니 되겠다는 것이 국민 전체의 염원이므로 대의를 위하여 소절을 희생시키는 훌륭한 정신을 모두가 가져주기를 바라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