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요석을 버리는 게 최선의 타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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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보(109~116)=판팅위 3단의 백△가 창 끝처럼 예리하게 반짝이고 있습니다. 흑은 하변 대마도 걱정이고 많은 투자를 한 흑▲ 석 점도 걱정입니다. 파장이 커지면 좌상에 침투한 흑도 생명을 위협받게 됩니다. 최철한 9단은 고심 끝에 109로 두었는데 별것 아닌 듯싶지만 좋은 결단이었습니다.

 109는 백의 공배를 메워 자충을 유도하려는 고급의 수법이었습니다. 백이 ‘참고도1’처럼 차단하면 흑2로 둡니다. 백3엔 석 점을 버리고 흑6까지 변신하려는 거지요. 백의 뒷수가 꽉 메워져 있어 흑6이 짜릿합니다. 석 점을 잃은 아픔을 보상하는 희열이 있습니다. 판팅위는 뒷수를 메우지 않은 채 곧바로 110 찌릅니다. 판팅위도 한 수 앞을 내다보는 거지요.

 여기서 만약 흑이 ‘참고도2’처럼 살리려 드는 것은 백2로 찔려 큰일이 납니다. 순식간에 엉망이 되는 거지요. 최9단은 111을 선수해 두고 113으로 잠자코 공배를 메웠는데요. 석 점은 가져가라는 거지요. 그때 115로 두어 보상을 받겠다는 겁니다. 최철한은 오직 직선만 고집하는 강경파가 아닙니다. 위기를 만나면 이처럼 현명하게 타협책을 찾아내기도 하지요. 114는 석 점을 잡은 수나 비슷하고 드디어 흑은 소원하던 115를 두었습니다.

 묘하네요. 중앙에서 한참 치열하게 맞붙었을 때는 흑▲ 들이 요석 중의 요석이었지요. 하지만 막상 포기하니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건 무슨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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