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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신의 힘을 다한 열정만이 창업 성공 보장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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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전성철
IGM 세계경영연구원 회장

요즘 어디를 가나 창업 이야기다. 창업만이 우리가 가진 핵심적인 문제, 청년실업·양극화·성장부진 등을 해결해 줄 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창업 기업이 성공하기는 참으로 어렵다. 신생 벤처기업의 성공 확률이 3% 이하라고 할 정도니 말이다.

 영속하면서 성공하는 창업 기업이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조건은 무엇일까. 많은 사람이 기술과 자금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참 잘못된 생각이다. 필자는 창업멤버의 열정이라고 생각한다. 창업 과정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직원들이 혼신의 힘을 바쳐 일해 주어야 한다.

 그렇다면 직원들을 어떻게 열심히 일하게 만들 수 있을까. 그것은 창업가가 가진 기업가 정신과 사람을 다루는 기술, 즉 리더십에 달려 있다. 기업가 정신이란 돈을 벌지만 그냥 버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직원들에게 제대로 가치를 창출해 주는 대가로 벌겠다는 생각이다. 인간과 사회에 대한 올바른 이해이자 가치관이고 철학이다.

 직원들은 보통 계산적 존재다. 계산적 존재가 언제 죽자 사자 일하나. CEO에게 올바른 기업가 정신이 있다는 것이 확실히 보일 때다. 기업가 정신은 계산적 존재를 동지, 즉 이념적 존재로 만들어주는 매개체다. 여기서 나오는 에너지가 창업 과정의 난관들을 극복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2000년대 초에 닷컴버블이 꺼지면서 우리는 수백조원의 돈을 날렸다. 우리가 실패한 것은 창업이 기술과 돈으로 일어난다고 생각한 바로 그 오해 때문이었다. 수많은 투자가가 소중한 돈을 기업가 정신이 부족하고 도덕적으로 해이한 창업가들에게 쏟아부었다. 그 결과 돈은 물론 수많은 젊은이에게서 창업의 꿈을 앗아가 버렸다.

 요즘 우리나라에는 창업을 도와주는 수많은 사람과 서비스가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 노력들이 대부분 기술과 사무적 노하우에 집중돼 있다. 성공한 창업 기업가들은 자신의 경험을 다음 세대에 전수해 줘야 한다. 창업사관학교 등을 통해 기업가 정신과 리더십 역량을 북돋울 수 있도록 성공 경험을 나눠야 한국에도 ‘제2의 벤처 붐’을 기대할 수 있다.

 정부가 벤처 육성을 정책으로 내건다고 이스라엘과 같은 벤처국가가 되는 게 아니다.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창업 의욕을 불태우는 젊은 인재들이 제대로 된 기업가 정신과 리더십을 갖추도록 지원해야 한다. 세상만사가 그렇듯이 정신이 똑바로 박히지 않은 사람이 수많은 무리를 이끌고 대사를 도모할 수는 없는 법이다.

전 성 철 IGM 세계경영연구원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