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 군불 덕에 … 도쿄·오사카 땅값 뜨끈뜨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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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아베노믹스’의 온기가 일본의 부동산시장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일본 국토교통성이 발표한 2013년도 공시지가(1월 1일 기준)에 따르면 도쿄·오사카(大阪)·나고야(名古屋) 등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땅값과 주택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섰다.

 전국 공시지가는 아직 하락 흐름이지만 3대 도시권의 경우 땅값 상승 지역이 지난해(413곳)보다 3배 이상 많은 1349곳으로 확대됐다. 2008년 금융위기 하락을 거듭해온 일본 땅값이 대도시를 중심으로 꿈틀거리고 있는 것이다. 전국 공시지가도 5년 연속 떨어지긴 하지만 하락률은 전년 2.6%에서 1.8%로 줄었다.

 2년 후 소비세 인상이 예정된 데다 ‘아베노믹스’로 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자 미리 사무실이나 주택을 사 두려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가 급등으로 재무 상태가 좋아진 가계와 기업자금이 부동산시장으로도 물꼬를 트고 있다. 엔고를 피해 해외로 빠져나갔던 이른바 ‘와타나베 부인’ 자금도 최근 엔저의 흐름을 타고 일본 부동산시장으로 귀환하고 있다. FT에 따르면 올 들어 두 달여 동안 해외 투자자금 2050억 엔(약 2조4000억원)이 일본으로 돌아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2일 “투자자로부터 돈을 모아 빌딩이나 아파트 등을 산 뒤 임대수익 등을 투자자에게 분배하는 부동산투자신탁(리츠)에 올 들어서만 8500억 엔(약 10조원)이 유입됐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유입 실적(7800억 엔)을 벌써 넘어선 것이다.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리츠의 시가총액은 현재 7조 엔에 육박해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 땅값 하락이란 큰 추세 자체가 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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