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업] 동서 해양문화의 어울림 싱가포르 페라나칸 만나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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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페라나칸 신부의 혼례복. 색감이 화려하고 장식이 섬세하다.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치킨 브랜드와 헷갈리면 안 된다. ‘페라나칸(Peranakan)’은 말레이어로 아이를 뜻하는 아나크(anak)에서 유래한 말로, 동남아 현지인과 이주민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을 뜻한다. 해상무역이 발달했던 싱가포르 및 동남아 국가에서는 아랍인이나 인도인, 또는 유럽인의 피가 섞인 페라나칸 공동체가 형성돼 있다. 이 가운데서도 중국계 페라나칸이 90%를 넘는다.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이 5월 19일까지 여는 특별전 ‘싱가포르의 혼합문화, 페라나칸’은 싱가포르에 정착한 페라나칸이 상이한 문화요소를 어떻게 받아들여 자신만의 양식으로 토착화했는지를 보여주는 전시다. 중국의 영향을 받아 길상의 의미를 가진 장신구들로 꾸며진 혼례침실과 신랑신부의 화려한 예복 등은 페라나칸 자수 및 공예문화의 정수를 보여준다. 말레이 풍속이 강하게 남아있는 사룽(sarong)과 케바야(kebaya) 등의 복식문화와, 영국풍의 가구 및 생활용품도 전시에 나온다. 싱가포르 국립문화유산위원회와 아시아문명박물관이 소장한 유물 230점을 빌려왔다.

 페라나칸은 다양한 문화를 흡수해 도자기와 구슬세공품 등을 만들어냈다. 특히 분홍과 터키색(밝은 청록)의 세련된 배합은 다른 문화권에서 찾아보기 힘든 페라나칸만의 뛰어난 색채 감각을 보여준다. 규모가 크거나 묵직한 생각거리를 안겨주는 전시는 아니지만 아기자기한 공예품과 가구, 동남아의 복식문화 등에 관심이 있다면 제법 만족할 만하다. 무료. 02-2077-9552.

이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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