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미국 월드컵팀

중앙일보

입력

2000년 7월에 시작한 월드컵 예선 이후 미국 축구 관계자들의 허풍이 날이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미국은 콜럼버스에서 열린 월드컵 예선 첫 경기에서 선수 명단을 숨긴 일에서부터 시작해 본선 D조에서 미국의 가능성을 부풀리기까지 거짓말을 하거나, 아니면 적어도 과장을 일삼아왔다.

브루스 아레나 감독이 정말 경기 시작 직전까지 선발출전 선수 명단을 발표하지 않는 것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해야할 것이다.

그러나 협회 관계자들이 상대를 더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다는 생각으로 미국 축구팀에게 지난 겨울 혈병(血餠) 증세로 생명을 위협받고 있었던 브라이언 맥브라이드의 상태를 공개하지 말라고 요구한 행동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아레나는 월드컵 조추첨 결과에 대해 양면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는 추첨 결과에 만족한다고 했지만 동시에 포르투갈이 시드 배정을 받은 팀만큼 강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아레나의 논리의 의하면 미국은 포르투갈, 정식으로 시드를 배정받은 공동 개최국 한국, 그리고 조 예선에서 1위로 올라온 또 하나의 유럽팀 폴란드와 경기를 갖게 돼서 좋다는 것이다.

시드 배정을 받은 팀 외에 유럽 조 예선을 통과한 팀 2개와 맞딱드리는 나라는 나이지리아와 미국 뿐이다. 나이지리아는 이른바 '죽음의 조'에 들어가 있다.

아레나는 의례적으로 모든 조가 어렵다고 말했지만 약팀들은 언제나 그러기 마련이다. 약팀은 어느 조를 배정받든 힘들다.

미국은 전력을 다해야 16강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한두 선수의 작은 부상만 있어도 지금의 대표팀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이는 예선에서 이미 증명된 바 있다.

역정보를 흘릴 때 가장 큰 위험은 스스로 잘못된 정보를 믿어 버리는 것이다. 나는 아레나가 이런 함정에 빠질 정도로 어리석지 않다고 믿는다.

지난 여름 일부 대표 선수들은 자기 도취에 빠져 있었다. 그리고 내리 3연패하고 나서야 이 문제가 사라졌다.

미국 축구협회가 무슨 말을 하든, 예선 3연패를 겪으며 없어졌어야 할 또 하나의 문제는 초심자임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세계 최고에 도전할 준비가 돼 있다는 생각이다.

Ridge Mahoney, Soccer America (CNN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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