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임새] '백만송이 장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12면

지난해 말 선보인 음반 '백만송이 장미'가 작은 이변을 일으키고 있다. 러시아 가요 16곡이 수록된 이 음반에는 '모래시계'에 삽입돼 사랑을 받았던 '백학', '사랑을 위하여'의 삽입곡 '고백' 등이 담겼다. 이 중 심수봉이 불러 알려진 알라 푸가초바의 '백만송이…'는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 소개되는 첫 '정품'이다.

'백만송이…'는 지난주 서울 교보문고 음반매장인 '핫 트랙스'에서 '금주의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차지했다. 도서.음반 포털 사이트인 'yes24.com'에서도 '베스트 음반'으로 꼽혔다.

판매량은 2만장 정도. 혹자는 "겨우?"라고 말할지 모른다. 음반이라면 보통 60만~70만장이 팔리는 줄로 잘못 알고 있는 이들이라면 말이다.

그러나 요즘 음반 시장은 꽁꽁 얼어붙어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가수 한두 팀을 제외하면, 잘 나가는 팝 스타의 음반도 3만장 이상 팔리기 어렵다"며 한숨쉬고 있는 실정이다. '백만송이…'가 국내에서는 외면당해 온 월드뮤직인 점까지 감안하면 대단한 선전이다.

이 음반의 주 구매층은 20~40대라고 한다. '핫 트랙스'의 진홍현 대리는 "주로 10대들이 구입하는 다른 음반에 비해 30~40대 남성들도 이 음반을 고르는 게 눈에 띈다"고 말했다.

왜 이 음반이 주목받는 걸까. 첫째, 러시아 음악이 한국인 정서에 맞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서정적인 멜로디가 우리 정서와 통하는 점이 많다는 것. 또 우리말 가사 해석 등 상세한 해설지도 인기몰이에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감흥을 얻고 싶은 팬들의 욕구가 있는 한, 국경을 뛰어넘어 새로운 음악세계를 보여주는 '월드뮤직'의 유쾌한 이변은 항상 준비되어 있는 셈이다. 몇 년 전 국내에서 사랑을 받은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 의 인기요인도 그런 게 아니었을까.

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