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門이 보이지 않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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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세계바둑오픈 준결승전 제2국
[제9보 (151~165)]
白·한국 曺薰鉉 9단 | 黑·중국 王煜輝 7단

공격루트가 살짝 빗나갔을 뿐인데 형세는 크게 요동치고 있다. 공격은 통쾌한 것이지만 극히 위태로운 것. 백은 한발 삐끗한 그 순간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고 말았다.

151로 패를 쓰고 153 따내자 曺9단은 일단 154 받아 패의 부담을 줄인다.

그렇더라도 귀의 백이 잡히면 바둑은 무조건 흑승. 승세를 탄 王7단은 155로 뻗어 패를 결행할 기회를 엿본다.

천하의 조훈현9단도 이 대목에선 손바닥에 땀이 배어나오는 것을 어쩌지 못한다. 어느덧 집이 부족해졌다. 좌상의 패가 호랑이의 입이라면 집 부족은 낭떠러지다. 어디에도 생문(生門)은 보이지 않는다.

눈 딱 감고 156으로 붙였다. 초강수다. 王7단은 충혈된 눈빛으로 판을 쏘아본다. '참고도' 흑1로 두면 그야말로 꽃놀이패다. 이 패의 대가로 어디든 한 입만 베어먹으면 필승이다. 더구나 이 패를 이기는 날엔 흑A로 두어 대마를 몰살시킬 수 있다. 하지만 백엔 B, C, D 등의 자체 팻감이 있다.

王7단은 팻감을 장만할 겸 157로 뚫고 나간다. 曺9단은 계속 모른체하고 158,160으로 벌어들인다. 曺9단은 상대의 담력을 시험하고 있는 것일까. 가만히 보면 백은 중앙이 깨졌지만 하변이 뚫린 흑의 손해가 더 크다.

박치문 전문기자 dar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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