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한결의안의 승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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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제21차 「유엔」총회는 지난번의 정치위 결의에 뒤이어 마침내 미국 등 15개국이 제출한 통한결의안을 압도적 다수로 채택하였다. 작년 제20차 총회 때의 그것에 비해서도 손색이 없는 이번 투표결과는 찬67표·반19표·기권32표이거니와, 이것은 정부대변인의 말대로 지극히 당연한 귀결이다.
그 동안 「쿠바」를 비롯한 공산측은 통한결의안에 대한 일연의 수정공세를 전개했었고 또한 「유엔」과 한국과의 역사적인 유대를 단절시키려고 획책해 왔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전통적인 전략에 좇아 한국문제를 「유엔」의 테두리 밖으로 몰고 나가려는 음흉한 책동을 계속했었다. 그런 집요한 공산측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유엔」군의 한국주둔과 「언커크」의 통한노력을 계속 하도록 한 미국 등 결의안이 통과되었다는 것은 세계평화의 촉매체 「유엔」이 그 위신을 크게 높인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이로써 『「유엔」감시하의 인구비례에 의한 자유선거』란 통한원칙은 다시금 국제적 합의로 유지되게 되었고 국제사회에 있어서의 한국의 입장도 다시 한번 굳게 다져졌다할 것이다. 더욱이 올해 「유엔」의 정치기류가 지극히 유동적이었고 「유엔」방식으로 되는 통한원칙의 재확인이 많은 시련에 부딪쳤던 바에 상도 할 때 우리의 승리에는 각별한 의미가 있다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금차 총회에서의 한국문제토의과정 그 중에서도 절차문제에 있어서의 그것을 놓고 볼 때 우리의 「유엔」외교는 그저 안일하게 승리감만을 만끽할 수 없는 게 또한 사실이다.
특히 지난번 총회정치위가 「캄보디아」 등 9개국이 제안했던 「남북한대표동시초청안」을 한국문제토의에 앞서 중간토의하자는 「기니」 대표의 긴급동의를 일단 성립시켰던 일, 즉 한국외교가 난데없이 겪어야했던 좌절경험으로 비추어 보아 우리의 외교는 결코 긴장을 늦출 수가 없을 줄 안다. 그때 만약 미국대표 등이 총회의사규칙 제1백24조 주지에 따라 민활한 반격에 나서지 않고 「기니」대표스스로가 긴급동의를 철회하지 않았었으면 어떻게 되었었을 것인가.
다음 14일에 이르러 정치위는 남북한대표를 무조건 동시 초청하자는 공산 및 일부 중립국결의안을 34대 53으로 부결시키고 대신 서방측의 한국우선초청안을 64대24로 가결시킨바있었고 그리하여 「유엔」에서의 공산측 책동은 끝내 봉쇄된 일이 있었다. 한국문제토의 분위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 정치위에서의 한국우선초청결의 통과는 따라서 그것도 형식적으로만 본다면 큰 승리라고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것 또한 엄밀히 따질 때 종래와 같은 한국의 단독초청안이 아니고 북괴의 출석에 대해서도 「유엔」의 권위·권능을 인정한다는 조건아래나마 일단 문호를 열어 놓은, 말하자면 앞뒤를 바꾼 「스티븐슨」안 이었고 보면 우리는 실질적 후퇴위에 선 형식적 승리의 의미를 재음미해야 마땅하다.
아무튼 어느 모로나 우리의 「유엔」외교는 외면적인 승리만을 구가할 것이 아니라 그 내실강화에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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