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모의 영부인', 활달한 성격 탓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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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부인 펑리위안(彭麗媛·51) 여사가 권력의 또 다른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시 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새 지도부가 17일 공식 출범하면서 기치로 내건 ‘중국의 꿈’(中國夢) 실현을 위해 펑 여사가 중국 소프트 권력의 중심에 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베이징(北京)의 한 외교소식통은 18일 “시진핑 중심의 새 국가지도부가 공식 출범함에 따라 조만간 펑 여사가 기존 중국 영부인들의 조용한 내조 관행을 깨고 국내외 활동을 시작할 것이며 그의 대중적 인기와 친화력을 고려할 때 또 다른 권력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펑 여사는 앞으로 시 주석의 해외 방문에 대부분 동행해 중국의 대외 이미지 강화에 상당한 역할을 할 것이며 이를 위한 전담팀도 구성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빼어난 미모와 가수로서 갖고 있는 친화력을 앞세워 중국의 대외 소프트 파워 제고에 주력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국내적으로는 농민공과 에이즈 환자 등 소외계층을 돕는 다양한 활동을 하며 새 지도부의 친서민 이미지 구축에도 힘쓸 것이라는 게 이 소식통의 설명이다.

 앞서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도 14일 시 주석의 첫 해외 방문길에 펑 여사가 동행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시 주석은 22~30일 러시아와 탄자니아·남아프리카공화국·콩고민주공화국 등을 방문하며 25∼27일에는 남아공 더반에서 열리는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회의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펑 여사의 친구 3명은 “펑리위안은 천성이 활달하고 열정적이며, 이번 시 주석의 해외 방문에 동행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특히 브릭스 정상회의 동안에는 공개 모임에서 중국 영부인으로는 처음으로 연설도 하는 등 독자적인 활동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FT는 이와 관련, “펑 여사가 국제무대에서 활동을 할 경우 중국의 소프트 파워 확대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펑 여사는 이미 2011년 7월 세계보건기구(WHO) 결핵과 에이즈 친선대사로 임명돼 활발하게 활동을 시작하며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었다. 그러나 같은 해 12월 이후 시 주석의 권력 승계 등과 관련, 지금까지 공개 활동을 삼가고 있다.

 외교소식통들은 펑 여사의 공개 활동이 가능해진 이유로 ▶시 주석이 비효율적이고 비민주적인 문화 타파를 강조하고 있어 중국 사회 전체가 보다 개방적으로 바뀌고 있으며 ▶펑 여사 개인이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영부인도 스스로 일정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펑 여사는 중국의 대표적인 국민가수로 현재 인민해방군 총정치부 가무단장(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또 베이징대 교수를 겸직하고 있으며 정치협상회의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중국은 마오쩌둥(毛澤東)의 부인 장칭(江靑)이 1976년 정권 탈취를 위한 이른바 4인방(四人幇) 사건에 연루돼 숙청된 이후 영부인들이 공개적인 활동을 꺼리고 조용한 내조를 하는 것이 관례로 정착됐다.

최형규 특파원

◆ 공개 활동 나선 펑리위안

공개 활동 나선 펑리위안

2008년 8월 딸 시밍저(習明澤)와 쓰촨 대지진 피해지역 자원봉사

2011년 3월 정치협상회의 회의 7회 중 1회 참석

2011년 7월 세계보건기구(WHO) 결핵 및 에이즈 친선 대사로 활동 시작

2011년 12월 에이즈 환자 돕기 공익 광고 방송 중단

2013년 3월 말 시진핑 국가 주석 해외 방문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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