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두사미 된 43억 삭감|명색만의 조정으로 끝난 새해예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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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9인 소위 저 마다 사업 하나씩 넣어
새해예산은 국회 예결특위의 여야에 걸친「마라톤」협상 끝에 l천6백43억4천6백49만원으로 규모가 짜여졌다. 이것은 정부안에서 4천5백53만5천 원을 줄인 명색만의 삭감으로 민중당이 내세웠던 43억 원 삭감은 용두사미가 된 셈이고 여·야 의원들의 지역구 선심사업 때문에 국가예산을 쪼개 나눈 듯한 인상을 남겼다.
민중당은 당초 대중세를 줄이고 일반경비를 삭감, 투융자의 지역편중 및 정치색 짙은 항목을 대폭 조정, 43억 원을 삭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들은 일반경비에서 7억8천3백35만 월을 줄였다. 그러나 지방사업 유치에 몰려 투융자에 7억3천여 만원을 더 늘린 결과 삭감은 명색에만 그쳐버린 것. 한마디로 민중당은 여당의원의 사업에 편승, 야당 지역구의 선심사업으로 만족해버린 것이 아닌가하는 인장조차 없지 않다.
민중당은 이 결과에 대해 65년도에 10억, 66년도에 l3억 원을 삭감했으나 추경예산에 모두 되살아났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규모의 삭감은 무의미하다고 판단, 효율적인 사업투자에 중점을 두었다고 변명하고 있다. 물론 그런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이번 경우 예산심사는 처음부터 원칙 없이 다루어졌다. 당초 민중당은 선거예산으로 단정, 대폭삭감을 주장하여 수정의사가 아예 없는 여당과 대립했으나 상위심사에 들어서기까지 뚜렷한 원칙도 내놓지 않은 채 상위끼리, 그리고 지방끼리 예산 앗아가기 경쟁을 벌였다.
민중당소속 예결위원들은 부별심사 도중 계수조정 10개 원칙을 내놓고 43억원 삭감을 내 걸었다.
그러면서도 부별심사는 삭감의 근거를 마련함이 없이 부별 정책질의만으로 넘어가 버렸다. 이 엉성한 심사 끝에 구성된 9인 소위는 계수조정 뿐 아니라 실질적인 부별심사도 겸한 대권을 넘겨받은 셈-. 9인 소위는 6일 밤 여·야 절충 끝에 43억 원선 삭감에 합의, 기획원으로 하여금 안을 짜내도록 했고 기획원은 8억8천만 원을 삭감한 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지역구사업을 잃게된 여·야 소위「멤버」들이 반발, 이 안은 휴지 화하고 말았다는 얘기-. 두 번째 기획원이 마련한 안은「양적 삭감보다 질적 조절」이란 이유아래 규모의 변동이 없었다.
국회의원의 선심사업은 수없이 깔려있다. 9인 소위「멤버」들도 저마다 하나씩 사업을 넣었다. 이를테면 교량사업(최석림) 서해안선(정우조) 수려선 협궤공사(이일일) 지방토목사업(이충환) 목포비행장 및 목포항 준설사업(김대중) 국방선(박영록) 전북대 의대 유치(유청) 등이다. 말하자면 소위「멤버」는 모범적으로 스스로의 지역구 선심사업을 깍지 못했고 이 때문에 다른 의원들의 선심사업도 손대지 못했다는 결론이 나옴직하다.
이밖에도 정치색 짙은 투자는 많다. 서해간척사업은 설계변경까지 해가면서 1억5천만 원을 증액했다.
서울출신 의원들이 합세해서 올려놓은 서울상수도시설비 1억원, 농촌출신 의원을 위한 소규모 수리시설자금 4억원, 광주공업단지 인입선 서해안선 오지선 국방선 등 신설비 1억원, 그밖에 교량 간이역 등….
예결위원들은 11만 원의 연구비를 탔다.
그러나 몇 사람이 11만원을 연구 분에 사용했는지 의문이라는 야당중진의 얘기도 있다. 한마디로 국회의원은 예산심사에서 국정을 기준으로 다루지 못하고 67년 선거를 저울질한 것 같은 느낌이다. 지역구의 선심사업, 정부에 대한 선심, 이러한 마지막선심의 그늘 밑에서 더러는 선거자금과 연관되는 이권이나 보상도 해주었을 것이라는 뒤 얘기도 있다. 이리하여 국민의 세금으로 짜여진 예산은 예산당국이 국회임기 마지막을 감안해서 짜놓은 함정에서 건져지지 못한 채 성립되었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이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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