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 경제] 스팸메일 어떻게 만들어지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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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오늘 e-메일을 몇 통 받았나요.그 중에서 혹시 모르는 사람이 보낸 메일 때문에 기분이 언짢지는 않았습니까. 누가 나를 엿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에요.

기자도 달갑지 않은 메일을 하루에 20여통이나 받는답니다. '달갑지 않다'는 말은 보내달라고 요청하지도 않았고 쓸모도 없다는 뜻이지요.

물건을 싸게 팔겠다거나 느닷없이 경품에 당첨됐다는 내용들이 대부분이에요. 전혀 모르는 술집에서 초대장이 오는 경우도 있고, 가끔씩은 낯 뜨거운 장면이 전송돼 와 얼굴을 붉힐 때도 있답니다. 이런 스팸메일은 제목만 살펴본 뒤 곧바로 '삭제' 버튼을 누른답니다.

◇ 하루 5백만개까지 발송=스팸메일은 어떻게 만들어져 보내는 것일까요. 메일을 보내기 위해서는 우선 e-메일 주소가 필요하겠죠. 광고업자들은 e-메일 추출 프로그램을 이용해 여러 인터넷 게시판을 돌며 e-메일 주소를 간단히 뽑아냅니다. e-메일 그래버(grabber)라는 이 프로그램은 용산전자상가에서 30만원이면 살 수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이 있으면 초보자도 5분에 5만개 정도의 e-메일 주소를 긁어 모을수 있습니다. 이렇게 주소를 모아 판매하는 사람도 있는데, 1천만개에 1백만원 정도 받는다고 합니다. 광고업자들은 이런 방법으로 수집한 e-메일 주소를 데이터베이스화한 다음 자동발신프그램을 이용해 마구 발송합니다.

하루 5백만개까지 보낼 수 있답니다. 최근에는 스팸메일 발송을 대신해주는 업체가 생겨나기도 했습니다.

광고업자들이 스팸메일을 보내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우선 비용이 싸게 먹히기 때문입니다. 상품이나 서비스를 신문.방송에 광고하려면 수백만~수천만원이 들어요. 그러나 e-메일 서버와 주소만 있으면 스팸메일을 보내는 데는 비용이 거의 들지 않습니다. 게다가 비정상적인 유통경로를 거친 상품이나 음란 제품은 아무리 많은 광고비를 줘도 다른 매체에 광고하기 어려운데, e-메일은 그런 제한을 피해갈 수 있습니다.

광고가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시간도 e-메일이 단연 빠르지요. 우편으로 고객에게 광고물을 보내려면 우표.봉투값이 들 뿐 아니라 시간이 많이 걸리죠. 게다가 배달 도중에 분실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e-메일은 이런 염려가 전혀 없습니다.

광고 효과를 곧바로 체크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네티즌이 메일을 열어봤는지, 또는 메일을 열어보고 구입하기 위해 홈페이지에 접속했는지 등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 골칫거리 스팸메일=스팸메일은 광고업자 입장에서 볼 때 이처럼 장점이 많지만 여러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게 됩니다.

우선 e-메일 이용자들은 자신이 원하지 않는 메일을 삭제하는데 시간과 노력을 낭비해야 합니다. 속도를 생명으로 하는 인터넷에서 짜증나는 일이 아닐 수 없지요. 용량이 한정된 메일박스에 스팸메일이 쌓이면 정작 필요한 정보를 받지 못할 수도 있겠죠. 성인용품.음란물 광고는 청소년의 정서에 악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컴퓨터가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등 시스템이 손상될 우려도 있습니다. 접속시간이 길어져 요금부담도 늘어납니다.

인터넷 서비스 업체도 스팸메일은 반갑지 않습니다. 엉뚱한 메일이 많아지면서 하드디스크 용량이 증가하고 서비스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이죠. 당연히 관리하는 직원이 많이 필요하겠죠. 이 때문에 일부 인터넷 업체들은 앞으로 기업들이 광고성 e-메일을 보낼 경우 전송료를 부과할 방침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유럽연합(EU)집행위원회는 지난해 초 스팸메일로 정체가 발생해 네티즌들이 부당하게 부담하는 통신비용이 연간 90억달러(약 11조원)라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

스팸메일은 국가 이미지를 떨어뜨리기도 합니다. 외국인의 e-메일 주소를 뽑아 광고성 정보를 마구 발송했다가 국내 서비스업체가 외국인에게 항의를 받은 사례까지 있습니다.

◇ 전자우편의 절반은 스팸메일=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주일에 받는 스팸메일은 지난해의 경우 평균 32.65개입니다. 한 해 전의 16.87개에 비하면 거의 두배가 된 것이죠. 내용은 ▶상품.서비스 광고▶음란성 정보▶경품.돈벌기 정보▶불법 소프트웨어 광고 등이 대부분입니다. 네티즌들은 자신이 받는 전자우편 중 44.5%가 스팸메일이라고 응답했습니다.

인터넷 업체들은 e-메일의 60%를 스팸메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하루 유통되는 스팸메일이 1억통 이상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스팸메일과 관련해 한국정보보호진흥원에 상담 또는 신고한 건수는 2000년 월 평균 36건이었으나 지난해에는 2백36건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이용자들은 수신을 거부했는데도 메일을 계속 보내는 데 대해 불만을 나타냅니다. 또 수신을 거부할 수 없도록 발신지를 감추거나 거짓으로 기재한 경우도 많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김상우 기자

*** 스팸메일이란…

수신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광고성 전자우편을 스팸메일(spam mail) 이라고 합니다. 미국의 한 식품회사가 '스팸'이란 통조림을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알리는 과정에서 광고를 공해에 가까울 정도로 많이 했다는 데서 비롯한 말이랍니다.

그래서 보통 스팸메일이라고하면 공해성(公害性) 메일이라는 뜻으로 쓰이지요. 쓰레기처럼 쓸모없다고 해서 정크(junk) 메일이라고도 합니다. 대량으로 발송된다고 해서 벌크(bulk) 메일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지요.

스팸메일은 기업들이 e-메일을 통해 마케팅 활동을 활발하게 하면서 최근 1~2년 사이에 부쩍 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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