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손자(孫子)'가 TV서 한 수 지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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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정신으로 무장한 21세기형 손자(孫子) 가 달려온다-.

동양철학의 현대적 해석을 통해 큰 인기를 끌어온 EBS '기획 시리즈-동양철학'이 오는 28일부터 '손자병법과 21세기'(월~목요일 밤 10시50분) 를 방영한다.

도올 김용옥의 독특한 강의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던 '노자와 21세기'(1999년) , 성태용 건국대 교수의 '주역과 21세기'(2000년) 에 이은 동양철학 시리즈 3탄이다. 강의는 386세대 철학자 박재희(39) 씨가 맡았다.

◇ 왜 손자병법인가=손자병법은 소설과 TV 드라마로도 만들어져 대중적으로 이미 잘 알려진 책이다. 그럼에도 이 책이 다시 선택된 것은 현재도 무궁무진한 처세술이 그 안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 프로를 기획한 정윤환 PD는 "손자병법 속에는 전쟁이란 틀을 넘어서 다양한 인생 전략이 숨어 있다"며 "입시전쟁, 취업전쟁, 퇴출전쟁, 기업전쟁 속에서 하나의 지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강의는 고전 설명에 그치지 않고, 과거 생존전략의 지혜를 현대사회로 끌어올 예정이다. 지난해 미국에서 발생한 9.11 테러 사건, 미국의 대테러 전쟁, 대기업과 벤처기업, 기업의 조직 관리론 등이 손자병법의 이론과 맞물려 소개된다.

◇ 손자는 벤처 전략가=2천5백년 전의 손자(본명 손무) 는 당시 유행하던 명분론을 일체 배격한 사람이었다. 29세의 전략가로서, 그는 강대국 대신 변방의 촌티나고 보잘것 없는 오(吳) 나라를 자신의 무대로 선택했다.

박씨는 "그는 지금으로 말하면 왕과의 인터뷰를 자청해 곧바로 참모총장 자리에 앉은 인물"이라며 "자신의 군사 이론과 철학을 브리핑하기 위해 만든 6천4백자로 된 보고서 한권이 바로 손자병법"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앙 통제 방식 대신 최근의 TF제와 유사한 분수(分數) 이론을 주창하고, 정공법 외에 다양한 변칙.게릴라전을 외친 그는 지금으로 말하면 벤처식 신(新) 사고를 가진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 '지피지기 백전백승'은 없다=손자병법에서 따온 것으로 알려진 이 유명한 구절이 실제 책에는 없다고 한다. '지피지기(知彼知己) 면 백전불태(白戰不殆) '란 말만 있을 뿐이다. 단 두 글자의 차이지만 박씨는 손자의 철학이 왜곡됐다고 주장한다.

손자는 기본적으로 '피해없는 전쟁'을 외친 사람이었다. 불태, 즉 위태롭지 않은 것을 최선으로 보았다. 1백% 승리는 없다고 본 것이다. 상처뿐인 승리는 그가 배격한 것이었고, 상황이 불리하면 무조건 피할 것을 권유했다. 이번 강의에서는 이처럼 잘못 알려진 손자의 사상도 소개할 예정이다.

성균관대에서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박씨는 EBS 기획 시리즈 사상 최연소 출연자다. 그는 그동안 동양철학 강의의 단골 의상이었던 한복을 던져버리고, 블루 컬러 와이셔츠에 스리버튼 양복을 입었다.

제작진은 또 강의 무대도 모델라인처럼 T자 형으로 만들어 청중과의 벽을 없앴다. 제작진은 "당대의 신지식인이었던 손자에 관한 강의인 만큼 새로운 분위기로 강의를 이끌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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