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론에도 일리가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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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1일 정당추천 각급 선관위원의 수시 교체 규정이 위헌론에 걸려 여·야 협상이 백지화할 뻔 했을 때 가장 당황한 것은 민중당 총무단이고 예산장관인 장 기획도 몸이 달았다는 얘기. 『선거무효소송의 가능성을 둔 채 정치입법은 절대로 갈 수 없다』는 김동환 공화당총무의 완강한 태도로 절충이 깨어지자 김영삼 민중당총무는 이효상 의장에게 『이 의장은 선거법개정에 가장 열성적이었는데 마지막단계에서 입을 다물고 있으면 어떻게 합니까. 청와대에 가서 대통령을 설득시켜 보십시오』라고 졸랐는데 이 의장은 『대법원장에게 사적으로 법적 견해를 물어보는 것이 어떨까』라고 고개만 갸우뚱거리고 앉아있었다는 것.
예결위에서 협상결과를 기다리던 장 기획은 초조한 나머지 총무회담이 열리고 있는 국회의장실을 왔다갔다했는데 김 총무는 장 기획을 붙들고 의견을 구했더니 『내 생각으로는 위헌이 아닌 것 같다』고 민중당 쪽 의견에 동조.
이래서 김 총무는 『장 장관이 청와대에 갔다 오시지요』하고 졸라보냈는데 장 기획은 청와대에는 가지 않고 국회 안에 머무르고 있던 김종필 공화당의장 등 여당간부들과 만나고 1시간 뒤에 돌아와서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고 법을 뒤져보니 위헌론에 일리가 있다』 고 태도를 바꾸더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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