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오석 “담뱃값 2000원 인상 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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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담뱃값 대폭 인상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담뱃값을 한 갑에 2000원이나 한꺼번에 올리는 것은 물가안정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 후보자는 12일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2004년 12월 담뱃값 인상 후 8년이 경과했으므로 인상을 검토할 필요는 있다”며 “다만 국민 건강 측면과 국민 부담, 물가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담뱃값을 2000원(80%) 인상하면 소비자 물가는 0.68%포인트 상승한다”고 설명했다.

 현 후보자의 답변은 원칙적으로 담뱃값 인상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흡연자들의 부담 증가와 물가 자극 우려 등을 감안해 인상폭을 조절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2004년 말 담뱃값을 2000원에서 2500원으로 올린 뒤 수차례 추가 인상을 검토했으나 물가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없던 일로 돌렸다.

 이와 관련,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은 최근 담뱃값에 붙는 각종 세금과 부담금을 한 갑에 2000원씩 올리는 내용의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법안이 올가을 정기국회에서 통과되면 담뱃값은 내년 초 4500원으로 인상된다. 김 의원은 법안 제안 이유서에서 “국내 담뱃값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가장 낮다”며 “흡연율 감소를 위한 강력한 가격정책의 추진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소식으로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 담배 판매량이 급증하는 등 사재기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현 후보자가 담뱃값 대폭 인상에 사실상 반대 의견을 밝힌 데다 흡연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아 ‘김재원 법안’이 원안대로 통과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대한의사협회는 12일 성명서를 내고 “소액 인상은 담배 소비를 감소시키려는 의도를 달성하지 못하고 국민의 부담만 키울 수 있다”며 “정책적으로 실효성이 있도록 대폭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도 지난 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담뱃값이 다른 나라에 비해 워낙 싸 자꾸 피우게 되고 청소년 흡연율도 너무 높다”며 “국민 건강을 위해서도 담뱃값을 인상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지난 1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담뱃값을 현재의 두 배인 5000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보고하기도 했다. 복지부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성인 남성 흡연율(44.3%)을 떨어뜨리는 데는 담뱃값 인상만큼 효과적 대책은 없다고 보고 있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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