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의 말년 견훤 몰락 '태조왕건'

중앙일보

입력

KBS1 대하 사극 '태조 왕건'이 불붙은 견훤의 집안 싸움과 함께 마지막을 향해 치닫고 있다.

극 종반부 하이라이트가 될 '왕자의 난'의 서막이 오른 것이다.

최근 이복 동생 금강에게 보위를 넘겨 주려는 아버지 견훤에 맞선 태자 신검의 저항이 시작되면서 '태조 왕건'은 지난주 시청률 39%(TNS 미디어코리아) 로 1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다음달 24일 2백회로 대미를 장식한다.

◇ 왕자의 난(亂) =오는 19일 방영분에서 신검의 혁명군은 큰 싸움 없이 궁궐을 장악하게 된다. 이어 신검은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던 금강을 잔인하게 죽이고 견훤을 전북 김제의 금산사에 유폐시킨다.

견훤의 그림자나 마찬가지였던 책사 최승우는 나라의 운명이 다했음을 느끼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신검은 비록 잠시나마 백제의 최고 권력자로서 남부럽잖은 영화를 맛보지만 금산사에 갇혀 있던 견훤이 탈출해 고려에 투항하면서 말로를 걷게 된다.

◇ 아자개 '깜짝'등장=혈통과 역사는 유전되는가. 극의 말미 그동안 자취를 감췄던 견훤의 아버지 아자개가 잠시 등장한다. 견훤 자신이 아버지에게 등을 돌린 자식이었다는 점을 시청자들에게 상기시켜 극적 효과를 배가하기 위해서다.

제작진은 애초 아자개와 견훤의 상봉을 그리려 했다. 아자개가 "이놈아! 아들 놈은 다 그런 놈들이다. 네 놈도 그랬고!"라고 견훤을 꾸짖는 장면을 준비해 놓았었다.

그러나 역사의 왜곡을 피하기 위해 아자개가 견훤에게 편지를 보내는 것으로 대체하기로 했다는 게 김종선 PD의 설명이다.

"나는 이제 백살이 다 되어 간다. 너를 미워했던 것은 네가 핏줄을 부정했기 때문이지만, 넌 내 아들임에 틀림 없다. 고려에 와 같이 살자"는 투항 권유가 편지의 내용이다.

◇ 2백회로 종영… 견훤 죽음 맞아=견훤의 죽음은 왕건의 삼국 통일과 궤를 같이 한다. 마지막 2백회 분에서 견훤은 고려측 선봉장이 돼 신검과 건곤일척의 승부를 벌인다. 견훤은 아들을 물리치고 승리하지만, 이내 울화병으로 도진 등창 때문에 "완산주(전주) 가 그립구나, 완산주??라는 유언만을 남긴 채 세상을 뜬다.

왕건은 신검만 빼고 나머지 두 동생 용검.양검을 죽임으로써 삼국 통일을 달성한다. 제작진은 신검은 조용히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으로 처리할 예정이다. 제작진은 또 사적 고증을 위해 마지막 회에선 논산의 한 야산에 남아 있는 견훤의 묘소를 내레이션과 함께 소개할 계획이다.

*** 견훤 유폐 금산사 송월주 스님 인터뷰


"견훤과 후백제의 종말은 상생(相生) 의 정치를 실천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견훤이 장남 신검에 의해 유폐됐던 전북 김제 금산사의 회주(會主) 인 송월주 전 조계종 총무원장은 "견훤과 그의 아들들이 '공생(共生) '의 정신을 망각한 것이 후백제의 붕괴를 초래했다"고 잘라 말했다.

견훤이 정권 이양 과정에서 장남을 비롯한 세 아들을 설득하지 못했다는 점, 아버지를 축출한 세 아들이 이복 동생인 금강을 죽이는 등 보다 큰 정치를 꾸려 가는 슬기를 발휘하지 못한 점 등이 결정적인 패작이라는 것이다. 이에 반해 고려는 덕(德) 의 정치를 펴 군신이 화합하고 민의가 수렴될 수 있었기 때문에 대운을 끌어 올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대업이란, 집착보다는 서로 나누고 조화를 이루는 상생에서 저절로 비롯되는 것이야….그리고 나라엔 정의가 살고 법도가 바로 서야 해."

큰 스님의 이 가르침은 올해 각종 선거를 앞두고 있는 우리 현실을 겨냥한 듯했다.

한편 스님은 견훤과 관련된 역사적인 사실과 관련, "사서(史書) 에는 견훤이 금산사 경내에 갇혀 있었다고만 돼 있다"며 "현재 특별한 흔적이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보아 경내에 움막 같은 것을 짓고 은거하지 않았나 추정된다"는 소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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