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론 게이트] 엔론 주식 휴지조각 운명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말 파산한 뒤 부실회계와 정경유착 파문의 진원지로 등장한 미국의 에너지 기업 엔론사의 주식이 휴지 조각이 될 운명이다.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15일 엔론사 주식을 상장 폐지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엔론사 주식과 채권 등의 거래를 중단시켰다. NYSE는 "엔론의 파산절차가 끝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기 때문에 주주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폐지 이유를 밝혔다.

엔론사는 이같은 결정에 이의를 신청할 수 있지만, 최근 주가가 30일동안 연속해 1달러 미만에 머물러 NYSE의 자동 상장 폐지기준에 해당되기 때문에 폐지조치가 번복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엔론은 세계 최대의 에너지 기업이라는 명성을 업고 2000년 8월엔 주가가 주당 90달러선에 육박했다. 그러나 지난해 가을부터 손실급증.회계조작 등의 악재에 시달리면서 주가가 크게 하락했고 최근엔 주당 0.6달러선까지 떨어졌다.

한편 엔론사의 회계감사를 맡은 아서 앤더슨은 15일 회계 문서들이 고의적으로 파기됐음을 시인했다. 앤더슨은 엔론사 회계감사를 책임졌던 데이비드 던컨 선임 파트너가 지난해 10월 중순 엔론사에 대한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조사 착수 사실을 알고 같은달 23일 긴급회의를 연 뒤 수천건의 서류 파기작업을 주도했다고 밝혔다.

서류 파기작업은 SEC가 공식적으로 자료제출을 요구한 11월 8일까지 계속됐으며 다음날 던컨의 보좌관이 e-메일을 통해 중단 지시를 내렸다고 앤더슨은 밝혔다.

그러나 앤더슨은 "서류 파기는 회사와의 협의 아래 이뤄진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앤더슨은 이날 던컨을 해고했다.

한편 워싱턴 포스트는 16일 SEC 위원장인 하비 피트와 주요 회계법인들이 부실회계를 차단하기 위한 새로운 감독기구를 창설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김준술 기자,외신종합 jso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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