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론 게이트] 미국 고관들 주식 매각 가능성

중앙일보

입력

미국 최대의 에너지 거래 기업인 엔론이 파산하기 오래 전인 지난해 8월 엔론의 한 간부가 이미 회계조작 문제를 케네스 레이 회장에게 경고한 것으로 밝혀져 엔론 사태의 파장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엔론 사태를 조사 중인 미 하원 상무위원회의 타우진(공화당)위원장은 14일 "엔론의 셰론 와킨스 개발담당 부사장이 지난해 8월 초 레이 회장에게 "잘못된 회계관행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엔론은 스캔들로 파산할 것이라는 편지를 보낸 데 이어 레이 회장과 단독 면담도 가졌다"고 밝혔다.

편지에서 와킨스 부사장은 또 "그동안 있었던 각종 제휴.인수를 통해 적자를 줄이는 식으로 부실회계가 계속되고 있으며,특히 아서 앤더슨이 맡았던 몇몇 제휴건은 매우 우려된다"고 밝힌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는 엔론의 최고경영진이 부실회계를 파악한 시기가 지금까지 알려진 것처럼 지난해 10월이 아니라 8월이며,8월 말부터 시작된 엔론사 간부들 및 백악관 보좌관들의 엔론 주식의 매각 사태가 '사전 내부정보를 이용한 비도덕적 거래'였을 의혹이 더욱 커졌다.

타우진 위원장은 또 "레이 회장이 와킨스 부사장의 지적을 받은 후 엔론의 법률자문사인 '빈슨 앤드 엘킨스'에 사실확인 조사를 맡겼지만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면서 "그 경위를 철저히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엔론 사태의 파장은 회계법인인 아서 앤더슨사 뿐만 아니라 미국의 대표적 로펌인 '빈슨 앤드 엘킨스'사에도 불똥이 튈 전망이다.

한편 엔론 사태에 대한 상원의 조사를 맡고 있는 조셉 리버먼 의원은 이날 "엔론사와 백악관과의 관계를 고려해 증권거래위원회와 상무부.재무부 등 행정부의 공무원들이 그동안 정책수립 및 조사과정에서 엔론에 유리한 행동을 취했는지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하원의 상무위원회는 이미 폴 오닐 재무장관과 도널드 에번스 상무장관에게 엔론이 파산을 신청하기 직전 레이 회장과 접촉하게 된 구체적 경위와 내용을 밝히도록 요구해 놓고 있는 상태다.

이효준 기자 joon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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