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지식] 친애하는 내 친구 거미야 다리 여섯 개는 어디로 갔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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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내 친구의 다리를 돌려줘
강경수 글·그림
뜨인돌어린이, 34쪽
1만1000원

거미는 주인공 ‘울이’의 절친한 친구다. 광대처럼 공 돌리기를 척척 하고, 낚싯대 8대를 한꺼번에 드리우며 어떤 공이라도 막아내는 무적의 골키퍼다. 그런 거미가 달랑 두 다리만 갖고 울이네 집에 놀러 왔다.

 오는 길에 “위대한 곤충은 다리가 6개라야 정상”이라는 사마귀와 무당벌레에게 하나씩 떼어 주고, 4개여야 좋다는 호랑이와 원숭이에게, 또 2개만 있는 게 좋다는 뜸부기랑 펠리칸에게도 하나씩 떼어 준 것이다. 울이는 다리를 돌려받으러 가고 싶어도 문조차 못 열게 된 거미를 대신해 동물들을 찾아가 소리친다. “내 친구의 다리를 돌려줘!”

 교육이라는 미명 하에 아이들의 개성 넘치는 다리를 떼어내고 남들과 똑같은 모습으로 만들고야 마는 비극적 현실을 풍자하는 듯한 작품이다. 강경수는 볼로냐 아동도서전에서 라가치상을 받은 작가다. 결코 가볍지 않은 메시지를 특유의 유머와 귀여운 그림체로 표현하는 솜씨라니.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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