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히딩크 "찬스 생길땐 주저말고 쏘아라"

중앙일보

입력

축구에는 우세승이 없다.경기 내내 몰리다가도 골만 넣으면 이긴다. 그래서 공격, 특히 슈팅이 중요하다.

미국 출국에 앞서 전지훈련의 화두를 '공격'으로 잡은 거스 히딩크 축구대표팀 감독이 서서히 자신의 말을 실천에 옮기기 시작했다. 방식은 '주련야석'(晝練夜析-낮에는 연습, 밤에는 분석).

히딩크 감독은 '공격력 증강'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낮에는 운동장을 뒹굴고, 밤에는 선수들과 머리를 맞대고 분석에 몰두하고 있다.

◇ 주련

1986년 최순호-90년 황보관-94년 홍명보.월드컵 무대에서 과감한 중거리포로 감격을 안겨줬던 주인공들이다.

그러나 현 대표팀에선 지난해 10여차례 A매치 중 크로아티아 1차 평가전 때 최태욱의 중거리슛을 빼곤 통렬한 슈팅을 구경할 수 없었다.

전지훈련 5일째인 14일 오전(한국시간) 연습장인 미 샌디에이고 힉맨필드에 도착한 히딩크 감독은 공격수들에게 '홈런볼'이라도 좋으니 기회가 오면 과감하게 슈팅을 하라고 주문했다. 슈팅 기회를 놓친 선수들에겐 호통이 떨어졌고, 골대를 한참 넘는 '×볼'을 날린 선수에게는 칭찬이 이어졌다.

훈련 직후 히딩크 감독은 "선수들이 슈팅 기회를 맞고도 실패가 두려워 이를 미루는 습관이 있는데 이는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 야석

현지 시간으로 지난 12일 자정 무렵 히딩크 감독은 최용수와 차두리를 숙소인 로스 코로나도 베이 리조트 미팅룸에 불렀다.

강훈련 때문에 한창 잠이 올 시간이었다. 미팅룸에는 히딩크 감독 외에도 박항서 코치.아프신 고트비 비디오분석관.통역이 자리하고 있었다.

히딩크 감독은 지난해 크로아티아와의 2차전 편집 테이프를 보여주며 2시간 가량 특강을 했다. 특히 최용수의 절묘한 선제골 슈팅 장면을 보면서 차두리에게는 골잡이로서 필요한 모션에 대해, 최용수에게는 공간 침투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최용수.차두리는 다음날 여러 차례 멋진 슈팅으로 골을 터뜨려 야간특강의 효과를 입증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