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막힌 20대 창업으로 뚫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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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초 대학을 졸업한 뒤 잠깐 정보통신업체에 다녔던 조형석(28)씨는 회사가 어려워지자 창업을 결심했다. 애인 김선용(25)씨와 상의 끝에 수제(手製)액세서리점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에 서울 이화여대 앞에 '앤나 & 폴'이라는 6평 규모의 가게를 냈다. 모자라는 창업자금은 아버지의 퇴직금을 빌렸다.

목이 좋다보니 자금이 생각보다 많이 들어 걱정했지만 영업 첫 달 예상을 훨씬 뛰어넘은 매출과 이익에 쾌재를 불렀다. 조씨와 김씨는 "개성이 강한 젊은이들을 겨냥한 아이템, 비교적 괜찮은 입지, 나름대로의 패션감각 등이 어우러져 성공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단군 이래 최악'이라는 20대 취업난이 계속되면서 취업보다는 창업 쪽으로 눈을 돌리는 젊은이들이 많아졌다. 여기엔 조직에 얽매이기 싫어하는 젊은이들의 자유분방함도 가세하고 있다.

◇ 젊어진 창업 시장=지난해 말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전시관에서 열린 한 창업박람회장에는 이제 갓 대학생 티를 벗은 듯한 젊은이들이 유난히 많이 보였다.설문조사 결과 참가자의 18%가 20대였다.

젊은이들은 아무래도 소자본 아이디어형 사업을 선호한다. 점포형보다는 소호(소사무실.재택 근무)형 창업이 많고,외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아이디어를 원용하는 경우도 많다.

경험이 없기 때문에 독립형보다는 동업이나 프랜차이즈 창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소자본의 약점을 발로 뛰어 벌충하는 서비스형 사업이 많은 것도 20대 창업의 특징이다.

◇ 어떤 아이템이 유망할까=경기가 풀리는 기미가 있다지만 아직 소비자들이 주머니를 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예측이다. 따라서 당분간은 '불황형' 아이템을 선택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충고다.

중간 유통단계를 없애 가격경쟁력을 높인 패션주얼리 전문점, 저가형 일식 및 참치 전문점, 푸짐한 양의 찜닭 전문점, 테이크아웃 커피점, 리필.리폼관련 사업 등을 주목할만하다.

20대 창업의 가장 어려운 점은 경험부족과 자금조달이다. 수익성만을 보고 무리하게 큰 사업만을 하는 것 보다는 수익이 작아도 안정적인 아이템을 찾는 것이 현실적이다.

이런 면에선 어느정도 수익성이 검증된 전통 업종을 업그레이드해 틈새시장을 뚫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기존의 비디오방을 개선한 DVD방, 인터넷 독서실, 사이버 원룸형 고시원, 영양간식 뻥튀기, 반찬편의점 등이 그 예다.

그외 장난감 홈파티업, 가정식 국 배달서비스, 악취제거전문점, 불판청소 사업 등도 도전해볼만한 틈새 아이템이다. 신선한 감각을 내세운 액세서리 가게도 짭잘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 주의할 점=지금 유행하는 아이템이라고 덩달아 뛰어드는 것은 막차를 타는 꼴이 되기 쉽다. 유행하는 아이템은 이미 산전수전 겪은 베테랑이 몰려있다. 지금 막 형성되는 신업종을 찾는 것이 현명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그렇다고 너무 시장을 앞서 나가서도 곤란하다. 시장을 만드는 것보다는 형성돼가는 시장의 흐름을 포착해야 한다. 시장을 더도 덜도 말고 딱 '반보'만 앞서가라는 이야기다.

이미 사업을 하다가 새 아이템을 찾는 경우라면 보유자원을 최대한 이용할 수 있는 사업이 좋다. 예를 들어 비디오방에서 최근 유행하고 있는 DVD방으로 교체하는 식의 창업은 실패해도 손해볼 확률이 그만큼 적어진다.

관련 동호회나 모임에 참석해서 성공 혹은 실패담을 듣는 것은 20대 창업자에게는 현장 경험의 부족분을 메울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현상 기자leehs@joongang.co.kr>

<도움말 주신 분="이규열" 스타트 119 본부장, 김화수 잡코리아 사장, 이인호 창업e닷컴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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