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유누스’를 기다립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1면

슈워츠 부회장은 “모든 사람이 체인지 메이커가 되는 세상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오종택 기자]

“길을 못찾아서 조금 늦었어요. 죄송합니다.”

 5일 서울 광화문 오피시아 빌딩의 ‘아쇼카 한국’ 사무실. 허름한 초록 티셔츠 차림의 베벌리 슈워츠(63) 아쇼카 부회장이 허겁지겁 사무실 문을 열었다. 아쇼카 한국지부 창립행사 참석을 위해 방한한 참이었다. 길을 못찾아 인터뷰 시간에 늦었다고 했지만 그는 ‘아쇼카’란 기구를 통해 전 세계 사람들이 더 나은 길을 찾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다.

 아쇼카는 인도 최초로 통일 제국을 건설하고 경제와 문화를 번영시킨 왕의 이름. 아쇼카 왕이 인도를 번영시킨 것처럼 세계를 변혁시킬 혁신가들을 육성하자는 취지에서 1981년 인도 출신 미국인 빌 드레이턴이 설립했다. 지금까지 3000여 명의 펠로우를 배출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적은 돈을 빌려주는 그라민 뱅크를 창립해 노벨상을 받은 무하마드 유누스도 그중 한 명이다. 최근 늘어나고 있는 ‘사회적 기업’에 대한 개념을 처음으로 만든 것도 아쇼카 재단이다. “아쇼카 펠로우는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입니다. 어려운 이들의 요구를 파악해서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와 용기를 가진 사람들이죠.”

 슈워츠는 세계를 바꾼 18명의 혁신가 이야기를 담아 『체인지 메이커 혁명』이라는 책도 펴냈다. 책에 등장하는 이들은 모두 아쇼카 펠로우다. 거리의 아이들에게 24시간 무료 긴급전화 서비스를 하는 사회 복지사, 자폐증 환자 중 집중 능력이 뛰어난 이들의 재능을 살려 소프트웨어 테스트를 하는 회사 기업인 등의 이야기가 들어 있다.

 아쇼카 펠로우가 되면 어떤 혜택이 있을까. “요청하는 펠로우에 한해 3년간 가족부양을 신경쓰지 않고 자기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재정지원을 합니다.”

 매년 선발되는 아쇼카 펠로우는 200명. 슈워츠는 “지원서를 받아 현지 사무소에서 면접을 본 뒤 글로벌 면접관, 전문가 패널 면접, 이사회 승인 등 5단계 과정을 거쳐 선발된다”고 설명했다.

 아직 펠로우를 배출하지 못한 한국에서는 지부가 만들어진 올해부터 매년 3~5명을 선발해 지원할 계획이다. 아쇼카 재단이 한국에 지부를 설립한 이유도 최근 한국이 동아시아에 일어나고 있는 급격한 사회변화의 구심점이 될 수 있는 전략 국가라고 봤기 때문이다.

 “한국 지부 설립을 계기로,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혁신적인 일들을 배우고 퍼뜨릴 수 있다는 생각에 모든 아쇼카 가족들이 기뻐하고 있습니다. 첫 한국인 아쇼카 펠로우가 나오길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글=한영익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