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염소 누출 … 유독물 트라우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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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구미시 구미케미칼 내 독성가스 저장시설에서 염소가스 누출사고가 발생했다. 화학보호복을 착용한 대구지방환경청 직원들이 조사를 마친 뒤 나오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불산 등 유독물질 사고가 잇따라 일어난 경북 구미공단에서 5일 또다시 맹독성 염소가스가 누출됐다. 가스가 공장 밖으로 퍼져 나가 주민과 인근 공장 근로자 등 160여 명이 목이 따가운 증세를 호소하며 병원에서 검진을 받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9월 인근 지역에서 발생한 불산가스 유출사고의 트라우마가 되살아난 것이다. 당시 사고로 회사 직원 5명이 숨졌고 주민 1만여 명이 집단으로 병원 진단을 받았다.

 경찰과 구미소방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50분쯤 구미시 공단동 ㈜구미케미칼 작업장에서 염소가스가 누출됐다. 누출된 가스를 직접 흡입한 회사 직원 서모(35)씨는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이번 염소가스 누출사고는 작업자의 과실이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염소가스를 정화하는 송풍기가 고장 난 상태였으나 사전에 이를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스가 누출된 이후에도 밸브를 잠그지 않고 송풍기 작동에만 매달리는 사이 가스가 공장 밖으로 퍼져 나갔다. 회사 관계자는 “송풍기 작동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작업한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취재팀이 이 회사 내 폐쇄회로TV(CCTV)를 확인한 결과 이날 오전 8시32분 직원 2명이 작업장으로 들어간 뒤 13분 만에 사무실 근무자 1명이 또다시 급히 뛰어들어가는 장면이 포착됐다. 경찰은 이때 염소가스가 누출된 것으로 파악했다. 사고는 서씨 등 직원 2명이 지하 저장탱크에 든 액화염소가스를 납품용 탱크로 옮겨 담는 동안 압력 이상으로 염소가스가 새어 나오면서 발생했다. 사고 직후 송풍기 작동을 시도하던 직원들은 8시58분쯤에야 밸브를 잠그고 추가 누출을 막았다. 회사 측은 “유출된 양은 1∼2L로 그리 많지는 않다”고 밝혔다.

 대구지방환경청은 이날 오전 공장 주변 네 곳에서 대기를 측정한 결과 염소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액화염소가스 유출경위와 유출량, 유출 과정에 작업자들의 과실이 있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미케미칼은 지난해 12월 26일 공장 가동을 시작해 구미공단 내 전자업체에 액화염소가스를 공급해 왔다. 공장 가동 8일 전 한국가스안전공사의 검사를 통과했다.

글=홍권삼·김윤호 기자
사진=프리랜서 공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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