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막이 오른 CES 2002는 세계 디지털 산업의 미래를 열어갈 최첨단 기술이 한자리에모인 말그대로의 `디지털 경연장'이었다.
가전과 컴퓨터, 정보통신 기술이 하나로 융합된 각양각색의 신제품이 대거 선보여 `디지털 컨버전스(Digital Convergence)'가 우리 일상사에 현실로 다가왔음을 입증했다.
참가업체수만 100여개국에 2천여개 업체로 업계의 최대이슈인 디지털가전과 홈네트워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국내외 메이저업체들의 홍보전이 뜨겁게 불붙었다.
0...올해 CES의 최대 하이라이트는 단연 삼성전자 진대제 사장의 개막 기조연설(Keynote Speech)이었다.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의 기조연설자로 아시아인이 선정된 것이 처음이기도 하지만 해외 유수기업의 CEO에 뒤지지 않는 언변과 연출력으로 `디지털 코리아'의 위상을 크게 높였다는게 안팎의 평가.
미국 소비자가전협회(CEA) 게리 샤피로 회장의 직접 소개로 시작된 진 사장의연설주제는 `디지털 세계로의 무한자유(Digital Freedom)'.
전통 춤과 국악이 어우러진 무대위로 올라선 진 사장은 화려한 초대형 스크린을 배경으로 한 채 시종 분명한 어조로 디지털 시대의 비전을 제시, 참석자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는 이 자리에서 스스로 화두로 내건 `디지털 프리덤'을 ▲새로운 디지털 세계로의 체험(Amazing) ▲시공(時空)을 뛰어넘는 접근성(Accessible) ▲최상의 가치와최고의 만족(Affordable)으로 규정했다.
진 사장은 그런 한편으로 10년전 `저가이미지'를 갖고있던 삼성이 메모리반도체,가전, 정보통신, 컴퓨터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게된 배경이 기업 자체의 과감한 변신노력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0... 그는 기조연설 중간중간 작년 63인치 PDP TV를 도둑맞은 일화를 소개해 좌중의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그는 "작년 라스베이거스에서 세계에서 가장 큰 63인치 PDP TV를 도둑맞아 오히려 공짜홍보(Free Adevertisement)효과를 거뒀다"고 말해좌중의 폭소를 자아냈다.
그는 또 "마누라와 자식만 빼놓고 다 바꿔라"고 말한 삼성이건희 회장의 발언도 소개했다.
이날 소개된 홈네트워크 핵심장비인 `홈미디어 센터'나 핸드PC인 `넥시오'를 직접 시연할 때는 미국 TV토크쇼 진행자인 리처드 칸 부부가 출연하기도 했다. 연설말미에는 리처드 칸과 한국 청소년이 `핸드폰 메시지 빨리 쓰기'를 놓고 게임을 벌이기도 했다.
0... 진 사장은 이날 낮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이 CES 기조연설자로 선정된 배경을 후일담으로 소개했다.
그는 작년 CES 행사가 끝난 뒤 열린 CEO 디너파티에 참석, 초청연설을 하면서 "가전쇼에서 IT황제인 빌 게이츠만 기조연설을 계속 맡는 것은 수치(Shame)"라며 "삼성전자도 기조연설을 할 수 있게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것.
이에 주최측인 CEA측은 디지털 산업에 대한 비전을 설명하는 것을 전제로 진 사장의 요청을 수락했다는 후문.
진 사장은 "이번 기조연설을 맡게된 것은 삼성전자 뿐만 아니라 한국의 위상이높아진 것"이라며 "10년전 한국 제품에 대한 싸구려 이미지가 크게 개선된 셈"이라고 평했다.
0... 이번 기조연설에서 관람객들의 시선을 끈 대형영상물 제작에만 20억원이넘는 비용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삼성전자가 기조연설에 쏟은 남다른 관심을 반영했다.
삼성전자는 또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 전시장이 위치한 주전시장 컨벤션센터 중앙에 작년(177평)의 두배가 넘는 328평의 초대형 부스를 확보했다.
미국 자회사인 제니스 이름으로 대형부스를 마련한 LG전자는 둥근 달걀모양의부스를 마련, 많은 관람객들을 끌어모았다. 일본 소니는 컨벤션 센터 한쪽 외곽에독립전시장을 별도로 마련했다.
40개 이상의 국내 중소.벤처기업들도 북쪽 전시장에 별도 부스 또는 한국관을통해 그간 개발해온 첨단 디지털 제품을 출품하고 활발한 수출상담할 전개했다.
0... 진 사장이 이날 기조연설을 한데 이어 휴렛 팩커드의 회장겸 CEO인 칼리피오리나는 이날 오후, 스프린트의 회장겸 CE0인 윌리엄 어슬리(William T. Esrey)가 10일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라스베이거스=연합뉴스) 노효동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