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95개 아파트 기준시가 30% 오를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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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이 대대적인 부동산 투기 조사에 나선 것은 1990년이후 12년만의 일이다. 80년대 후반 투기 열풍때문에 토지초과이득세 등 토지 공개념이 도입되면서 지난 10여년간 부동산 투기는 국지적인 현상에 그쳤고 부동산시장은 안정된 편이었다.

그러나 지난 해 하반기부터 서울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분양권 프리미엄이 억대로 치솟는 등 이상 과열현상이 빚어지고, 서울 다른 지역으로 이같은 바람이 이어질 조짐을 보이자 국세청이 칼을 빼든 것이다.

국세청은 일단 이번 투기 조사의 대상 지역을 서울 강남지역으로 제한했다. 경기가 본격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건설경기를 가라앉힐 것을 우려한 것이다. 때문에 이번 세무조사 뿐 아니라 곧 이뤄질 2차 조사도 서울 강남지역에 대해서만 실시하기로 했다.

기준시가를 수시로 조정하는 곳을 재건축과 관련해 값이 많이 오른 강남지역 95개 아파트단지로 국한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 세무조사 어떻게 실시되나=일차로 1천74명에 대한 정밀분석이 현재 진행 중이다. 이들은 서울 강남.서초구의 9개 아파트단지 분양권를 팔았거나 13개 재건축 대상 아파트를 산 지 1년 이내에 단기양도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분양권 프리미엄 및 양도차익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돼 대부분 세무조사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세청이 파악한 시세와 신고가격이 1억원 이상 차이가 나는 2백25명에 대해서는 아파트 및 분양권을 산 사람까지 조사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조사에 제대로 응하지 않으면 금융거래 확인 조사와 산 사람의 자금출처 조사까지 할 방침이다.

국세청은 동시에 강남.서초구의 나머지 지역과 강동.송파구 등 다른 강남지역의 아파트 및 분양권 거래에 대해서도 자료를 수집 중이다.이들 지역에 대해서도 2000년이후 거래 상황을 파악해 곧 2차 세무조사를 하기로 했다.

국세청은 또 강남지역 아파트 값 상승의 한 요인으로 지목되는 유명 학원에 대해선 당장 조사에 들어가진 않지만 중점 감시대상에 올려놓아 불성실 신고 혐의가 드러나면 곧바로 조사할 계획이다.

◇ 기준시가는 언제,얼마나 오르나=이번에 기준시가 수시조정대상으로 지정된 95개 아파트단지는 대부분 재건축이 진행중이거나 재건축과 관련된 소문에 힘입어 값이 많이 오른 곳들이다.

국세청은 단순한 호가뿐 아니라 실제 거래가격 등을 면밀히 조사해 동.호수 별로 기준시가를 일일히 매겨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 2~3개월 후에 새 기준시가를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세청은 원칙적으로 시가의 70%(전용면적 50평 이상의 고급주택은 90%)수준에서 기준시가를 정하고 있다.

지난해 강남지역 아파트 값은 평균 30%정도 올랐는데, 이중 반 정도는 지난해 7월 기준시가 고시때 반영됐다. 앞으로 값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새 기준시가는 15%정도 오를 것으로 에상된다.

◇ 부동산 투기대책반은 어떻게 움직이나=국세청 직원 1백50명이 10일부터 부동산거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투입된다.

대상 지역은 역시 서울 강남이다.

이들은 신분을 나타내지 않고 물밑에서 움직인다. 특히 값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는 저밀도지구 소형아파트의 가격 및 거래 움직임을 파악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또 아파트.오피스텔 등의 분양권 전매자료를 수집하고 아파트 분양현장에 나가 분위기를 살피며 부동산 중개업소들을 감시한다고 국세청 관계자는 설명했다.

국세청은 이와 함께 아파트 프리미엄을 수시로 체크, 전산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보현 국세청 재산세과장은 "여러 방법을 동원해 파악한 프리미엄을 전산 관리해 국세청이 파악한 가격과 신고 가격에 차이가 크면 즉각 세무조사 대상으로 선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세정 기자 sj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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