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핵심 비켜간 주택안정대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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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주택시장 안정대책은 최근 급등하고 있는 부동산값 불끄기에만 급했지 진지한 고민이 담겨 있지 않다.

만족할 만한 대안과는 더욱 거리가 멀어 보인다. 겨울철 비수기인데도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는 몇주 새에 수천만원이 올랐고 1년 만에 40% 이상 상승한 재건축아파트도 적지 않다. 이런 현상은 국지적 차원을 넘어 전방위로 확산될 조짐까지 드러내고 있다. 부동산투기는 단순한 경제적 차원의 폐해를 넘어 국민간의 위화감을 확대, 사회불안의 요인이 될 우려도 높다.

투기과열지구 지정.택지공급 확대 등 정부의 대책은 제대로 가동만 된다면 어느 정도 과열현상을 진정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정책은 집값 급등과 투기의 책임을 국민이나 부동산업자에게만 떠넘겨 사태를 호도하는 측면이 강하다.

실제 주택의 안정적 공급보다 건설경기 살리기 우선의 정부 정책은 지난 수년간 누누이 비판의 대상이 돼왔고, 그것이 현재의 부동산 경기 불안을 잉태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분양권 전매 허용은 가수요를 바탕으로 주택경기를 부추기는 역활을 해왔다.

분양가 자율화도 문제가 많아 땅값과 건축비에 적정이윤을 붙여 가격을 정할 것이라던 기대도 사라졌다. 건설업자들이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신규 분양가와 기존 아파트값이 서로 상승작용을 빚고 있다. 재건축 붐도 집값 상승을 부채질했다.

주(主)가 돼야 할 주택여건 개선은 뒷전이고 차익을 노린 신종 재테크가 관심의 초점이 된 셈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부동산 가격 안정을 바란다는 것 자체가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저금리 기조와 유동성 과잉현상에다 올해 선거열기까지 가세한다면 부동산 투기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가 되어 결과적으로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공산이 농후하다. 더구나 이런 과열현상이 업무용 부동산에까지 옮겨붙는다면 더욱 큰 일이다.

정부가 경제회생을 위해 건설경기 진작을 우선해온 데 대한 반성이 뒤따라야 한다. 투기를 잡기 위해 전가의 보도처럼 국세청의 세무조사 활동이 또 강화된다면 국민의 신뢰만 금갈 뿐이다. 투기과열지구에는 분양권 전매를 제한하고 분양가가 급등한 아파트의 경우 가격책정 과정을 공개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또한 강남지역의 아파트값 급등은 뿌리깊은 일류대 진학열, 학원과외 열풍이 어우러진 복합적 현상에서 빚어진 만큼 별도의 처방이 필요하다. 인위적 학군조정이나 학원분산 등은 말썽만 불러올 것이므로 새 교육여건과 인프라를 갖춘 대안지역을 만드는 것도 좋은 해결책이다.

역시 주택정책의 본령은 끊임없이 택지를 개발해 공급을 통해 수급안정을 도모한다는 데 있다는 것을 잊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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