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 곰들은 왜 겨울잠 안잘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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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의 곰.너구리.뱀.개구리 등이라면 겨울잠에 푹 빠질 때가 됐다.그런데 에버랜드 사파리 같은 동물원의 곰들은 도무지 잠을 잘 기색이 없다. 왜 그럴까.

서울대 최재천(생명과학부) 교수는 "날씨가 추워져도 먹이만 일정하게 공급되면 곰.너구리.다람쥐 같은 포유동물은 겨울잠을 자지 않는다"고 말한다.

동물들은 겨울잠을 자기 전에 실컷 먹고 몸무게를 불린다. 몸에 양분이 충분히 쌓이면 이번에는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이 몸속에서 평소보다 많이 나오게 된다. 인슐린은 핏속의 포도당이 급격히 줄어들게 하는데, 이렇게 되면 신진대사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심장도 천천히 뛰고 숨도 천천히 쉬며 꼼짝 않고 있게 된다.

이것이 바로 겨울잠이다. 곰이나 너구리는 인슐린 분비가 늘어나면 겨울잠을 잘 때가 된 것을 알아차리고 동굴 등을 찾는 것이다. 그러다 겨울이 지나 몸무게가 줄고 날씨도 따뜻해지면,인슐린 분비가 다시 줄어들며 정상활동을 한다.

그런데 동물원에서는 먹이를 일정하게 공급해 살이 찌지 않으므로 인슐린 분비도 늘지 않아 겨울잠이 없어지는 것이다.

에버랜드 이용필 사파리담당은 "곰들이 가을이면 식욕이 늘어, 주는 먹이 말고도 풀이나 나무껍질을 뜯어먹는다"고 말한다. 충분히 양분 섭취가 안돼 겨울잠을 자지는 않지만 겨울잠을 준비하려는 본능은 남아 있다는 얘기다.

먹이 조절로 겨울잠을 자지 않게 되는 것은 체온이 일정한 동물들 뿐이다.뱀이나 개구리처럼 체온이 변하는 동물은 날씨가 추우면 체온도 떨어져 얼어죽기 때문에 따뜻한 땅 속에서 겨울잠을 자야 한다. 그러나 뱀과 개구리도 따뜻한 실내에 놓고 먹이를 늘 일정하게 주면 겨울잠을 자지 않는다고 동물학자들은 말한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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