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직접수사 줄이고 경찰에 내줄 건 내줘야 신뢰 회복”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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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2호 08면

“검찰이 먼저 스스로 몸을 낮추고 몸집을 줄여 깨끗해지는 모습을 국민께 보여 줘야 합니다. 그래야 무너진 검찰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어요.”
문영호(62·사법연수원 8기·사진)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대검 중수부 중수1ㆍ2 과장과 서울지검 특수 1ㆍ2부장을 지낸 문 변호사는 수원지검 검사장을 끝으로 2007년 검찰을 떠났다. 1995년 대검 중수2과장 시절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을 수사했다. 당시 대기업 회장 35명을 2주 안에 불러 조사를 마쳤다. 문 변호사 스스로 “특수수사에서 10년 이상 잔뼈가 굵은 베테랑 검사들이 수십 명씩 달라붙은 대검 중수부였기에 가능했다”고 말하는 사건이다. 하지만 문 변호사는 대검 중수부의 폐지안에 대해 “시대의 흐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노태우 비자금 수사했던 문영호 전 검사장

-중수부 출신 선배로서 중수부 폐지가 안타까울 것 같다.
“그런 마음이 왜 없겠는가. 그러나 기본적으로 중수부란 조직은 무척 이례적인 것이다. 외국에 비슷한 예가 없다. 한국의 독특한 현실 때문에 몇십 년간 나름대로 역할을 해 온 것이다. 하지만 되돌아보면 박수받을 때도 있었지만 비판받은 적이 더 많았다. 중수부가 효율성 면에선 확실히 뛰어나지만 만일 조금이라도 정치권 등의 눈치를 보거나 권력을 가진 쪽에서 원하는 수사를 한다면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중수부를 대신하는 별도의 부패척결기구나 기능을 두고 중수부를 폐지하는 것이 지금의 시대 흐름에 맞다.”

-대검 중수부가 왜 그렇게 비판을 받는다고 보나.
“여러 사건이 있었지만 대표적인 것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수사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내가 보기에도, 국민이 보기에도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많았다. 수사를 제대로 못한 것 같고 결과도 좋지 못했다. 검찰이 반성을 해야 한다.”

-지난해 한상대 전 검찰총장이 사퇴하는 과정에서 내부 갈등이 빚어지는 등 꼴사나운 모습이 연출됐는데.
“계파적 시각으로 보기도 하지만 나는 검찰 내 소통 부족이 빚어낸 결과라고 생각한다. 한 전 총장도 조직 내의 소통에 실패했고, 그러다 보니 서로 쌓여 있던 불신이 곪아터졌다는 생각이다. 차기 총장은 무엇보다 검찰 내 소통을 중시하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검찰이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뭔가.
“검찰이 욕심을 많이 내는 것 같다. 이것저것 다 하다 보니 경찰이 해야 할 부분도 검사가 나서고, 경찰에 떼줘도 될 걸 다 하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검찰에 과부하가 걸렸다. 결국은 직접 수사를 최소화해야 한다. 검찰이 직접 수사를 많이 하면 검찰 수뇌부의 위상이 높아진다고 생각하니까 이를 줄이는 데 소극적이다. 과감히 이런 생각을 떨쳐야 한다. 그러다 보면 국민 신뢰도 살아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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