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대외정책 과제’ 학술회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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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국제정치학회 기획학술회의가 28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연구소 박사, 전봉근 국립외교원·김용호 인하대·차창훈 부산대·박영준 국방대 교수. [김상선 기자]

이수훈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은 28일 “북한이 핵실험과 로켓 도발을 강행한 건 어떤 도발적 행동을 하더라도 미국이 군사행동을 할 수 없을 것이란 전략적 계산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주요국 한반도 정책과 새 정부의 대외정책 과제’를 주제로 한국국제정치학회(회장 이호철 인천대 교수)와 극동문제연구소가 공동 주최한 학술회의 대표발제에서다.

 이 소장은 “동북아는 미국 헤게모니가 퇴조하고 중국이 급부상하는 가운데 북핵 문제와 영토분쟁으로 폭풍 전야의 기상도”라며 “현재의 불안정한 상황이 고착화되면 동북아에 핵 확산 등이 이어져 파국으로 치달을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부상이 동북아 정세 변화의 핵심 이유라고 입을 모았다. 차창훈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발표에서 “중국의 부상과 세력균형의 변화는 한국의 전략전 선택 폭을 좁힐 것”이라며 “대북억지와 지역안정을 위해 미국과의 협력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북한을 미국에 대한 전략적 자산으로만 여기는 상황에서 미·중 경쟁과 남북한 갈등이 상호작용하면서 분단체제가 지속되고, 한·중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미 동맹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연구소 박사는 “2015년 전작권 전환 이후 미국이 한반도를 방기할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김용호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 새 정부는 전작권 문제, 방위비 분담, 원자력 협정 개정, 미사일방어(MD)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 등에서 미국과 갈등 소지를 안고 있다”고 판단했다.

 조양현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일은 현재 위안부·독도 문제에서 정면으로 대치하고 있다”며 “ 양국 새 정부는 마찰을 줄이고 서로 기대를 낮춰 출발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역사인식에서 드러난 일본의 퇴행적 태도는 동북아 안정을 원하는 미국의 이익과 상충된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등 미·일동맹을 카드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근혜 정부에 대한 제언도 이어졌다. 박영준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는 새 정부가 직면할 외교안보 과제로 ▶북핵 위협 배제와 개혁·개방 ▶한·미 전작권 이양을 계기로 한 연미화중(聯美和中) ▶독도·센카쿠 등 동아시아 내 영토갈등 관리를 꼽았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국은 한반도가 미·중 간 갈등의 장이 되지 않도록 대북 관계에 앞서 대미·대중관계를 선제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세대 성기영 교수는 “북핵 문제는 미국과는 제재를 중심으로 한 단기 공조 설계도를, 중국과는 장기 공조의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며 “한·미·중 3자 전략대화 등을 통해 한·미동맹을 위축시키지 않으면서 대중 외교를 대폭 강화해 한·중 간의 전략적 이해 교집합을 확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호철 한국국제정치학회 회장은 “한국을 둘러싼 국제 환경이 낙관적이지 않지만 한반도의 현 상황에 대한 객관적 분석을 기반으로 단기·중장기 과제를 설정해 주변국과의 정책협조를 이뤄갈 필요가 있다”고 마무리했다.

글=정원엽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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