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영화 ‘남자사용설명서’ 이시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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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영은 “연기와 권투,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다”며 “연기할 때 권투하는 모습이 겹쳐지지 않도록 하는 게 과제”라고 말했다. [강정현 기자]

배우 이시영(31·인천시청)은 권투선수로도 유명하다. 드라마 때문에 배우기 시작한 권투가 삶의 큰 부분이 됐다.

 그의 싸움은 사각의 링에서만 펼쳐지는 게 아니다. 본업인 연기에서도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싸움을 계속해왔다. 그의 장기는 코미디다. 영화 ‘위험한 상견례’ ‘커플즈’, 드라마 ‘난폭한 로맨스’ 등에서 코미디 내공을 쌓아왔다. 그리고 14일 개봉한 영화 ‘남자사용설명서’(이원석 감독)에서 웃음의 펀치를 제대로 작렬시켰다. 영화는 ‘베를린’ ‘신세계’ 등 남자 영화와 ‘7번방의 선물’ ‘남쪽으로 튀어’ 등 가족영화로 양분된 극장가에서 독특한 로맨틱 코미디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영화에서 존재감 없는 CF 조감독 최보나 역을 맡았다. 우연히 손에 넣은 ‘남자사용설명서’란 비디오테이프를 따라하다가 한류스타 승재(오정세)의 구애도 받고, 일에서도 성공을 거둔다. 컴퓨터그래픽이 절반을 차지하는 영화는 만화적 상상력과 키치적 정서가 넘쳐난다. 그는 “대놓고 B급 취향을 발산하는 코미디지만, 나는 진지하게 멜로 감정에 충실하려 했다”고 말했다.

 -초반 후줄근한 외모의 보나를 연기하는 게 힘들지 않았나.

 “초반부 보나는 존재감이 없는 여자다. 눈에 띄지 말아야 한다는 감독의 지시에 따라 배경색과 같은 색깔의 후드티를 입었다. 눈을 가리기 위해 앞머리를 내리기도 했다.”

 -영화속 내용에 공감하는 부분이 있나.

 “남성심리분석서 같은 영화인데, ‘어떻게 알았지?’라는 남성 관객의 반응이 많다. 성관계 후 바뀌는 남자의 마음 같은 것 말이다. 감독이 연애 고수들을 직접 인터뷰해 시나리오를 썼기 때문이다. 영화를 찍으며 남자도 여자 못지않게 섬세하고, 상처받는다는 걸 알게 됐다. 영화가 남녀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데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

 -연애의 매뉴얼이 있다고 보나.

 “없다고 생각한다. 영화가 주는 메시지도 테크닉보다 진심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엘리베이터에서 승재를 난타하는 신에서 웃음이 많이 터지던데.

 “시나리오엔 ‘승재, 보나를 덮치려 하나 보나는 피한다’는 문장이 전부였다. 상대 배우 오정세와 애드리브를 했는데, 감독이 컷을 안하더라. 그래서 계속 때렸다.”(웃음)

 -오정세와의 호흡은 어땠나.

 “상대방의 연기를 잘 받아줘야 영화도 살고, 내 연기도 산다는 사실을 그의 연기를 통해 배웠다. 연기할 때 힘을 빼는 연습을 더 해야 한다.”

 -왜 계속 링에 오르나.

 “부딪히기 보다 도망가는 성격이었는데, 권투를 하며 자신감을 얻었다. 링 위에선 도망갈 곳이 없지 않나. 정면으로 맞설 수 밖에 없다. 연기할 때 자신없는 신에서 집중하지 못했는데, 이젠 그런 게 없어졌다. 차기작이 ‘이야기’라는 스릴러 영화인데, 내겐 도전의 의미가 있다. 링에 오를 때 아직도 두렵다. 연기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물러서진 않을 거다.”

글=정현목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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