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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 직선제 손봐야 비리 없어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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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이한길
사회부문 기자

선거 부정에서부터 장학사 시험 부정 개입, 측근 편법 승진까지….

 민선 교육감들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점입가경이다. 시·도 교육감 17명 중 8명이 검찰·경찰 수사 대상에 올랐거나 감사원 감사에서 지적을 받았다. 혐의도 다양하다. 김종성 충남교육감은 장학사 시험 문제 유출을 지시한 혐의로 두 차례 경찰 조사를 받았다. 고영진(경남)·나근형(인천) 교육감은 감사원 감사에서 측근들의 승진용 근무평정 점수를 높여준 사실이 드러나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임혜경 부산교육감은 지난해 고가의 옷 로비를 받은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진보와 보수의 구분이 없었다. 친(親)전교조 성향의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은 2010년 선거에서 상대 후보를 매수한 혐의로 복역 중이다.

  선생님 중의 선생님, ‘교육 소통령’이라 불리는 교육감들이 비리의 대명사가 된 이유는 뭘까. 교육계에선 교육감 직선제가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아이들의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감을 시민의 손으로 직접 뽑겠다는 취지로 시작된 직선제가 되레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감 선거는 ‘로또 선거’로 불린다. 투표용지 기재 순서를 추첨해 후보의 이름이 위쪽에 올라가면 당선 확률이 높아질 공산이 크다. 교육감 후보는 소속 정당이 없지만 유권자들이 투표용지 첫 번째 칸이나 두 번째 칸에 있는 후보를 특정 정당 소속으로 오인해 찍는 경우가 많아서다. 지난해 12월 서울시교육감 재선거에서 투표용지 첫 번째 칸이었던 이상면 후보가 사퇴했는데도 이 사실을 몰랐던 유권자들이 이 후보를 찍으면서 무효표가 14%나 나오기도 했다. 이런 유권자들의 무관심 속에서 돈도 조직도 없는 교육감 후보들이 자신을 도와준 공무원이나 외부 인사를 외면하기는 어렵다. 선거가 끝난 뒤 논공행상이나 돈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교육감 직선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 보수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 등은 엊그제 직선제 폐지 주장을 담은 성명을 냈다. 한국교총 역시 직선제 폐단 개선을 차기 정부가 추진해야 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교조 등 진보 진영은 직선제 폐지에는 반대하지만 교육감 권한 축소, 러닝메이트제 도입 등의 대안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25일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가 가장 먼저 손봐야 할 교육제도 중 하나는 교육감 직선제다. 로또 선거를 방치해선 학생들 보기 부끄러운 비리 교육감들이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의 몫이다.

이한길 사회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