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양의 남자' 함성욱씨의 성고백 에세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O양 비디오'의 남자 함성욱씨가 쓴 '성고백 에세이' '함성욱 꿈꾸고 난 後'(소설클럽刊)가 지난 18일 교보문고의 판매보류 결정을 받음에 따라 '표현의 자유'의 한계가 어디까지인가가 다시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O양 비디오' 파문 당시 'H씨'로만 알려졌던 함씨는 책에서 자신의 성경험을 묘사하면서 '결혼은 섹스해보고 결정하자' '누구나 포르노 배우가 되어야 한다'와 같이 성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말하고 있다.

문제는 이 책이 '카섹스, 스릴 체험' '그룹섹스, 누구나 쓰리썸을 꿈꾼다' '금발 미녀와의 시한부 사랑' 같은 소제목처럼 국내에서는 일반적으로 금기시되거나 급진적으로 간주되는 소재와 생각을 다루고 있는데다, 묘사의 정도도 때로는 필요 이상으로 지나치게 선정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

교보문고도 판매보류 결정을 하면서 "책의 선정성에 대해 우리가 판단할 입장에있지는 않다"고 전제하면서도 "그러나 어린이들이 드나드는 서점의 입장에서는 위험성이 있어 보인다"라고 밝혔다. 함씨의 입장은 물론 다르다.

디스크 자키와 모델로 활약하다 '비디오 사건' 후 방송과 영화계로 무대를 옮긴그는 우리 사회가 '섹스'에 대해 이중성을 갖고 있음을 느껴 자신의 사생활을 공개한 책을 내게 됐다고 책을 쓴 취지를 밝혔다.

"단지 섹스를 공중화장실의 낙서로만 볼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우리의 아름다운 침실로 끌어내고 싶을 뿐입니다. 섹스가 일상의 중요한 부분임을 인정한다면 이제는 솔직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오현경씨와 마찬가지로 비디오 유출 사건의 피해자로 인정받고 있는 그가 '비디오 유출 사건'으로 인해 받은 충격으로 인생관에 변화를 겪었고, 그로 인해 책을 쓰기로 결심하게 된 과정을 상정하기란 어렵지 않다.

반면, 성 체험의 세부묘사 정도가 묘사 자체를 위한 것으로 보이는 측면을 배제할 수 없는데다 책 전반에서 성에 대한 직접 묘사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상당히 높아 '우리 사회의 모순에 도전하기 위해서'라는 저술 취지를 무색케하는 점도 없지않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는 국민 기본권의 하나로 돼 있지만, 실제로는 만화가 이현세씨의 '천국의 신화', 장선우 감독의 '거짓말', 이지상 감독의 '둘 하나 섹스', 서갑숙씨의 에세이 '나도 때론 포르노그라피의 주인공이고 싶다'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 성 문제와 관련된 표현물들은 유.무형의 검열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더욱이 성과 관련된 표현의 수위의 한계 문제는 세대간 내지는 개인 성향간의 차이가 커 자주 사회적 논란 거리를 제공하고 있음도 사실이다. 논란을 제도적으로 해결하는 법정에서는 그러나 최근 성 표현 수위와 관련된 이슈들이 불거질 때마다 대부분 표현의 자유쪽 손을 들어줬다.

성 표현 수위를 기존의 기준보다 높인 영화와 출판물 등은 선정성을 예술이라는이름으로 포장해 놓고 '성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는 비판과 동시에 예술 표현의 한계와 우리 사회의 성에 대한 외연을 확장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엇갈리는 평가를 받아왔다. 앞으로도 양측의 첨예한 입장대립은 계속될 것이며, 함씨의 책 역시 이러한 대결의 연장선상에 위치할 수 밖에 없다.

현재 도서는 등급 판정을 받아 극장 상영에 들어가는 일종의 사전심의를 받는영화와는 달리, 일단 출간된 후 간행물윤리위가 청소년유해도서로 판정하면 책의 내용을 볼 수 없도록 포장을 해 19세 이상의 성인에게만 제한판매하는 사후 심의제가 적용되고 있다.

물론 음란물로 검찰의 조사 대상에 오른다면, 법적 잣대가 적용된다. 교보문고는 함씨의 책에 대해 "일단 기준을 잡아줄 간행물윤리위의 판단을 기다리기로 했다"고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 간행물윤리위의 판정이 우선은 관심을 끄는 상황이다. (서울=연합) 김형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