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6명이 첫발 디딘 후 970명으로 … “봉사 필요한 곳 어디든 가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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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잎사귀 자원봉사회 임원진이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지선주 운영분과팀장·최영진 이사장·김옥숙 사무국장·김진옥 홍보팀장.

“주부 6명이 모여서 봉사활동을 하던 것이 시발점이 됐어요. 이익을 추구하는 단체였다면 이렇게 길게 오지 못했을 겁니다. 물질적 여유가 없으니 노력봉사와 재능봉사에 더 열심이죠.”

  지난 해 11월 ㈔자원봉사단 만남의 천안지부 ㈔푸른잎사귀가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2012 대한민국 자원봉사대상 시상식’에서 희망멘토링대상(행정안정위원회위원장상)을 수상했다. 푸른잎사귀는 천안지역에서 10년 가까이 봉사를 해 온 단체로 다문화가정, 이주민, 유학생에 집수리봉사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소외계층의 이웃들에게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푸른잎사귀는 2010년 사단법인이 되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봉사에 참여하고자 하는 회원들이 많이 늘었고 대상을 무작위로 선정하고 닥치는 대로 돕던 자원봉사에서 체계적인 계획을 세워 실천하게 됐다. 4년 전부터 활동을 지원하고 있는 천일라이온스와 KT&G, 홈플러스 신방점의 도움으로 더욱 효율적인 봉사가 이뤄졌다. 소외계층뿐 아니라 천안시에서 개최되는 국제 식품엑스포, 천안흥타령대회 등도 활발하게 돕고 있다.

  푸른잎사귀의 970명의 회원들 중 행사가 있을 때마다 빠지지 않고 왕성하게 활동하는 회원은 100여 명이다. 사랑의 집수리 행사는 성인 남성 회원들이, 김장 담그기 등의 행사는 주부 회원들이 주축이 돼 돕는다. 풍선아티스트인 김옥숙(42) 사무국장은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로 봉사를 할 때 가장 행복하다”며 “지역아동센터에서 6개월 동안 풍선아트를 가르쳤는데 대화를 꺼려했던 아이들이 풍선으로 가까워져 말을 걸어올 때 정말 큰 행복을 느꼈다”고 말했다.

  최영진(44) 이사장 역시 6년 전부터 자원봉사를 하는 아내를 따라 나섰다가 봉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유 이사장은 “가족들과 함께 활동하면서 자연스럽게 소통과 배려의 마음을 깨우치게 됐다”며 “의무적인 봉사 시간을 채우려고 왔던 분들이 오히려 열심히 참여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돌아가는 일이 많다”고 전했다.

  봉사활동을 하다 보면 종종 본래의 취지와 다르게 정치적인 목적을 두고 하는 활동이라는 의심을 사는가 하면, 2011년엔 6개월 동안 폐 휴대폰 수거캠페인활동을 벌일 때는 수익금을 운영비로 지출할거라 오해하는 사람도 있었다.

  다문화가정 봉사활동을 갔는데 대외적으로 내세우기 위한 일회성의 행사로 알고 경계하고 배척하는 가족을 만나기도 했다. 마음이 아닌 형식적인 봉사활동에 상처 받은 사람들이라 생각하니 안타깝고 씁쓸했다. 현장에 나서면 도울 일은 많은데 못하고 돌아서야 할 때 가장 아쉽고 힘들다.

  “2011년 신계리 농가주택에 혼자 사는 할머님의 집수리를 도와 드린 일이 있었어요.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계셔서 마음이 아팠는데 이듬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죠. 더 일찍 도와 드리지 못해 마음이 아팠어요.”

  유 이사장은 “홈플러스 문화센터나 NGO센터를 빌려서 재능기부 행사를 할 때가 많다”며 “운영자 입장에서는 사무실이 조금 넓었다면 싶은 욕심이 생길 때도 있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밖으로 나가 더 열심히 봉사할 곳을 찾아 다니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꾸준한 봉사활동의 결실로 희망멘토링대상을 수상하게 됐다. 다른 훌륭한 자원봉사 단체도 많은데 영광스러운 일이다. 책임감도 따르지만 봉사로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된데 놀랐다. 소속감과 자부심을 느낀다는 회원들이 많고 활동이 뜸했던 회원들에게도 큰 동기부여가 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푸른잎사귀는 18일부터 22일까지 5일간 천안시에 거주하는 기초수급대상자와 차상위계층 30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뻔(Fun)한 영어캠프’를 개최한다. 천안시 두정동 NGO센터와 천안영상미디어센터(비채)에서 열리는 이 캠프는 푸른잎사귀의 외국인 유학생 회원들이 주축이 돼 재능을 나누는 행사다.

글·사진=홍정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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