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식 안보 장수사단·미래연구원 라인이 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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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3차 핵실험이란 난제를 안고 출범할 박근혜 정부가 김장수(청와대 안보실장)-윤병세(외교부 장관 후보자)-김병관(국방부 장관 후보자)-류길재(통일부 장관 후보자) 라인으로 외교안보 진용을 구축했다. 국정원장과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제외하곤 큰 얼개는 드러난 상태다. 이들이 얼마나 손발을 맞춰 시너지 효과를 낼지가 관심이다.

 일단 호흡엔 문제가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박 당선인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대선 캠프→인수위 등을 거쳐가면서 사전에 손발을 맞춰왔기 때문이다. 김 안보실장 내정자와 윤 후보자는 인수위원으로 외교·국방·통일정책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김병관 후보자는 김 안보실장 내정자의 육사 1년 후배로 ‘김장수 사단’으로 분류된다. 윤 후보자와 류 후보자도 2010년12월 미래연구원 발기인으로 교감해왔다. 박 당선인의 외교·안보 철학이나 대북관에 대한 이해가 깊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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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정부 첫 외교안보라인의 성향은 중도보수보다는 상당부분 우측으로 쏠려있다는 평가다. 팀의 리더 격인 김 안보실장은 대북원칙론자다. 노무현 정부 때 국방장관을 맡아 2007년 10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대면에서 다른 고위당국자와 달리 허리를 숙이지 않았다. 그해 11월 남북 국방장관회담 때는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놓고 북한과 협상하려는 움직임에 반기를 들었다.

 대미통인 윤 후보자도 대북인식은 보수적이다.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출신인 김병관 후보자는 가장 강경한 대북성향을 보인다. 두 사람 모두 한·미 동맹을 중시한다. 북핵 국면에서 중시해야 할 중국에 대한 ‘설득외교’가 소홀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외교안보부처 당국자는 “군 출신과 한·미 동맹파가 주축인 데다 북핵 도발로 인한 대북강경 분위기까지 타고 있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통일부는 남북관계가 경색될 때도 대화와 교류·협력을 챙겨야 한다. 통일부 전직 고위관리는 “강경한 목소리의 국방부·국정원과 입장차를 보일 경우가 많아 통일장관의 경우 뚝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5·24 대북제재 조치의 해제나 개성공단 정상가동,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을 둘러싸고 자기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할 때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류 후보자가 박 당선인이나 다른 멤버들에게 소신 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중도보수로 분류되긴 하나 류 후보자도 북한의 3대세습이나 북핵 개발에 대한 방법론에선 오히려 강경한 입장을 보일 때가 많았다.

 국정원장에 어떤 인사가 낙점될지 주목된다. 북한 핵·미사일 도발 국면에서는 국정원이 어떤 대북정보를 내놓느냐에 따라 정책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2008년 여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상 사태 때 청와대는 ‘식물인간이 됐다’는 판단을 내렸지만, 김정일은 그해 11월 공개석상에 나타났다. 정부 당국자는 “듣기 좋은 정보만 골라 보고하는 속칭 ‘귀마사지’라고 불리는 정보보고 때문에 대통령과 외교안보팀의 판단이 흐려진 경우가 역대 정부에서 종종 있었다”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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