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에서 아이 인성 키우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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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포 주민 자치조직인 아동복지위원회 위원장 황보관헌(55)씨는 “어른들이 무관심할수록 아이들 인성은 뒷걸음친다”며 “주민들이 십시일반 품앗이 교육을 하면서 아이들 인성은 물론 어른끼리의 관계도 훨씬 좋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주민들이 무관심했던 몇 년 전에는 구룡포에도 탈선하는 아이가 많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어른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방치되는 아동일수록 정서발달에 문제가 많다. 지난해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초등학교 4~6학년 학생 1000명을 조사해 보니 방과후에 하루 7시간 이상 혼자 지내는 아이는 3시간 혼자 있는 아이보다 우울감과 불안감을 10%가량 더 느꼈다. 학교폭력 피해 경험도 22% 정도 높았다. 어린이재단 공성진 사회복지사는 “아이의 인성은 지역사회로부터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나이지리아 속담처럼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선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이웃사촌’처럼 동네 어른들이 함께 아이를 키우던 미풍양속을 현대적으로 복원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홍현미라 전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학교에서 제대로 가르치기 어려운 사회성이나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법 등은 아이들이 동네 어른과 함께 지내다 보면 자연스레 습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재현 마을공동체교육연구소장도 “부모가 바빠 아이를 돌보지 못하더라도 주변에 의지하거나 본받을 만한 어른 한 명만 있다면 아이는 올바르게 자란다”고 강조했다. 서울 등 대도시에서는 학교를 중심으로 학부모 간 유대관계를 쌓아 나가는 것도 방법이다.

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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