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00조원 … M&A 빙하기 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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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이 올 들어 들썩이고 있다. 수백억 달러짜리 딜이 잇따라 성사되면서 ‘M&A 붐’이 다시 이는 것 아니냐는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워런 버핏은 브라질 기업과 손잡고 세계적인 식품회사 하인즈를 사들인다고 지난 14일(현지시간) 발표했다. 280억 달러(약 30조원)짜리 초대형 거래다. 법정관리 중인 아메리칸에어라인의 CEO인 톰 호튼은 같은 날 US에어웨이스와 합병을 선언했다. 110억 달러(약 12조원)로 추정되는 딜이다. 앞서 미국 최대 케이블방송회사인 컴캐스트의 CEO인 브라이언 로버츠는 NBC유니버설을 167억 달러(약 18조원)에 매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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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 컨설팅회사인 존데이의 로버트 프로퓨직 대표는 16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둑이 터지고 있다”고 말했다. M&A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는 얘기다.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올 들어 2월 중순까지 글로벌 시장에선 1820억 달러(약 200조원)에 이르는 M&A가 성사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M&A 규모는 580억 달러에 그쳤다. 단기 비교지만 3배나 증가한 셈으로, 2005년 이후 최대 규모다. 프로퓨직은 “올해 안에 3조 달러(약 3300조원)에 이르는 빅딜이 이뤄진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2012년(2조 달러)보다 50% 증가한 규모다.

그의 예측이 터무니없는 말은 아니다. 버핏은 하인즈를 인수한 뒤 “다른 코끼리를 찾아 나서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큰 건을 해내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한마디로 글로벌 M&A시장의 부활이다. 2006년 짝짓기 규모가 4조 달러로 정점을 찍은 이후 M&A 시장은 6년 정도 수축했다. 2011년과 2012년 각각 2조 달러 정도에 그쳤다. 더욱이 지난해 글로벌 기업들은 심각한 M&A 후유증에 시달렸다. 영업권 거품 털어내기였다. 영업권은 경영 능력 등 보이지 않는 요소에 대한 평가 금액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거품 시기 영업권 값을 너무 높이 쳐주는 M&A에 뛰어들었다가 지난해 이를 부실 자산으로 털어내야 했다. 로이터통신은 “그 규모가 1조 달러로 추정됐다”고 최근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올해엔 영업권 거품이 거의 없다”며 “기업 가치에 낀 거품이 사라진 셈”이라고 보도했다. 그만큼 값이 싸졌다는 얘기다. 여기에다 최근 금리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저 수준이다. JP모건과 골드먼삭스 등 투자은행들이 저금리 자금을 지원해줄 테니 M&A를 하라고 CEO들을 부추기고 있다.

 CNBC 등은 “경제의 앞날을 밝게 보는 CEO들이 늘고 있는 점도 M&A시장 회복에 한몫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기가 지점을 지나고 있다고 판단하는 CEO가 많다는 것이다. 또 미국과 유럽 재정위기가 최악의 고비를 넘겨 일단 진정된 것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스웨덴 룬트대학 리카르드 라르손 경영학 교수는 경기 변동과 M&A의 관계를 분석한 논문에서 “경기침체의 절정 순간엔 생산과 소비가 줄면서 균형이 회복된다”며 “이때 불황기 M&A를 통한 집중화가 발생하고 경제도 서서히 회복의 길로 접어든다”고 설명했다. 요즘 M&A 붐이 경기 회복을 알리는 신호탄일 수 있다는 해석인 셈이다.

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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