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선' 된 호화 크루즈 4일만에 귀환

미주중앙

입력

누구나 한번 꿈꿔온 로망 호화 크루즈 여행이 악몽으로 변한 지 4일째. 엔진 룸 화재로 동력을 잃고 멕시코만 유카탄 반도에서 150마일 떨어진 해상에서 떠돌던 크루즈 선박 카니발 트라이엄프가 오늘(14일) 오후 앨라배마주 모바일시로 예인된다.

승객 3143명과 승무원 1086명 등 4000여명을 태운 카니발 트라이엄프는 지난 10일 엔진 룸에 화재가 발생해 부상자 없이 자체진화에 성공 했으나 전기가 나가면서 호화 유람선이 아니라 난민선으로 변해버렸다.

변기가 고장나 화장실에 오물이 흘러 넘치자 선박측은 승객에게 '개인적 볼 일'을 위한 플라스틱 백을 나눠줬다. 에어컨 가동이 안되는 실내가 너무 더워 많은 승객들이 갑판으로 매트리스나 시트 등을 가져와 잠을 청해야했고 일부 승객은 가족과의 전화통화에서 제공되는 음식도 양파 샌드위치 뿐이라고 불평했다.

결혼식을 마치고 신혼여행으로 크루즈선에 올랐던 롭 모램은 11일 아버지와의 통화에서 크루즈 선박을 '떠다니는 변기'로 비유하면서 "목욕탕에 물도 안나와 샤워도 할 수 없고 자체 발전기로 제한적인 전기 공급을 하고 있기 때문에 밤이면 대부분 지역이 암흑"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카니발 크루즈측은 승객들에게 전액 환불을 약속하고 앞으로 크루즈 여행시 15%~25%의 할인을 약속했지만 어느 누가 다시 그 배를 타고 싶어할까. 카니발 크루즈는 지난 2010년에도 롱비치항을 출발해 멕시코 리비에라까지 가던 유람선에서 엔진 화재로 전기공급이 차단돼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은 바 있다.

신복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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