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고심하는「총기단속법」|1년5개월 늑장…수정통과돼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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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폭력이나 강도에 대비하여 가정에도 무기를!』이것은 총기판매상의 광고문안만은 아니다. 폭력이 난무하는「시카고」주변이나 흑인폭동이 잦은 남부 곳곳에서 인사말처럼 오가기도 한다. 실제로 흑인폭동이 가열하면서 어느 총기상은 평소보다 몇 배의 판매실적을 올렸다고 자랑한 일도 있다. 그러나 이제와서 총기소지가 방어수단만은 아닌 듯, 무고한 인명을 해치는 일까지 생기게 되었다.
현재 미국 내에 퍼져있는 각종 총기 수는 무려 1억 자루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이것은 미국인 2명에 대하여 한 자루 꼴이다. 그러지 않아도 사고가 잦은터에 15명의 목숨을 앗아간 「휘트맨」저격사건은 미국행정부와 의회에 커다란 충격을 가져다 주었다. 정부는 이미 65년3월 연방총기단속법안을 의회에 제출한바 있었는데 그동안 늑장을 부리고 있다가 「휘트맨」사건을 계기로 심의에 착수했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것은 이 법안이 무엇보다도 우선 총기의 우편주문판매와 점두판매를 규제하려는데 목적을 두고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미국에는 70만명에 달하는 전문적 총기수집가와 1천5백만 이상이나 되는 수렵가들이 있다. 이들에 대한 본격적 규제가 없는 한 총기의 유통은 여전할 것이다. 극히 우발적이기는 하지만 고「케네디」대통령 피살사건이나 「휘트맨」사건 같은 것이 미연에 방지되기 위해서는 수집가이건 수렵가이건 정부가 승인하지 않는 사람은 총기소지를 금지시켜야 되는데 이것은 거의 불가능한일. 그래서 이번기회에는 일단 전과자나 정신분열증 환자에게만 총기소지를 금하게 하는 방향으로 기울어질 것 같다. 현재미국에서 법으로 총기판매와 소지를 엄격히 규제하고 있는 주는 50개주 가운데 「뉴요크」의 1개 주뿐. 과연 이번에 수정될 연방총기단속법이 통과되면 적어도「휘트맨」사건같은 것은 다시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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