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대 ‘굴비제도’의 힘 의·치대 수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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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호(左), 김지현(右)

전북 익산시의 원광대에 최근 겹경사가 났다. 의사·치과의사 면허증을 부여하는 국가시험에서 수석을 휩쓴 것이다. 의사 시험에서는 김시호(24·의대 4학년)씨가 390점 만점에 372.5점으로 최고점을 받았다. 이 시험은 41개 의과대학에서 3300여 명이 응시했다. 치과의사 시험에서는 김지현(23·치대 4학년)씨가 340점 만점에 313점을 얻어 11개 대학에서 온 810여 명의 수험생 중 가장 높은 점수를 얻었다.

 김시호씨는 의예과·본과를 거치는 6년간 줄곧 1~2등을 유지해 왔다. 그는 “공부도 결국은 체력 싸움이라고 생각해 하루 한 시간씩 꾸준히 헬스클럽을 다니며 몸을 단련했다” 고 말했다. 치대 김지현씨는 부산과학고를 2년 만에 졸업한 과학영재이기도 하다.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물리·화학 분야의 과학자를 꿈꿨지만, 고교 시절 치과의사로 방향을 틀었다. 그는 “친구들이랑 그룹 스터디를 하는 한편, 교수님들이 늦은 시간까지 남아 꼼꼼하게 가르쳐 주고 힘내라며 용기를 준 게 큰 힘이 됐다” 고 말했다.

 원광대는 의대·치대가 이처럼 좋은 성적을 올린 비결의 하나로 ‘굴비제도’를 꼽는다. 이는 한 두름의 굴비처럼 예과 1학년부터 본과 4학년까지 6명의 학생과 교수를 하나로 묶는다. 교수와 학생 사이에 벽을 넘어 소통하고 친밀감을 높이면서 학생 선후배 간에도 정을 나누고 멘토·멘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시행을 하고 있다.

 교수는 학생들에게 전공 과목뿐 아니라 인생 상담을 해주면서 아버지의 역할을 대신하기도 한다. 학생 선배들은 형이나 누나·언니처럼 관심을 갖고 후배들을 격려하고 학교 생활 전반을 코칭해 준다. 후배 입장에서는 모르는 것이 있으면 언제든 물어볼 수 있어 좋고, 선배들을 모델 삼아 힘을 내기도 한다. 이 같은 굴비가 의대에는 90여 개, 치대에는 40여 개나 된다. 학기 말이면 모범적으로 운영하는 ‘영광굴비’를 선발해 구성원들에게 포상을 주기도 한다.

 이영진 의과대 학장은 “국가 시험에서 사용하는 것과 똑같은 마네킹을 구입해 모의환자 진단·치료 실습을 하는 임상실기센터를 운영하고, 교수들이 돌아가면서 심화반 특강을 하는 등 노력을 쏟은 게 좋은 결과를 본 것 같다”며 “학교와 동문들이 힘을 합쳐 추진 중인 전용강의동이 마련되면 학생들의 실력이 한층 업그레이드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헌 원광대 총장은 “종합대학으로는 드물게 의학·치의학과 한의학, 약학을 모두 아우르고 있는 장점을 최대한 살리면서 자연대·공대 등과 융·복합 연구를 통해 최고의 의생명대학으로 거듭나겠다” 고 말했다.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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