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비 깎자” 법안 16건 낸 미 의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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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미국 연방의회의 상·하원 의원들이 ‘제 머리 깎는’ 법안을 봇물처럼 쏟아내고 있다.

 의회 전문지 더 힐은 미국의 113대 의회가 지난 1월 출범한 지 한 달 만에 의원들이 스스로 세비(歲費)를 줄이자고 낸 법안이 16건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전액 삭감 주장까지 망라돼 있다.

 현재 연방 상·하원 소속 평의원의 평균 세비는 연간 17만4000달러(약 1억9000만원)에 달한다. 미국 의원들의 세비는 매년 물가상승률 등을 반영해 자동으로 인상되는 구조다. 하지만 금융위기가 몰아 닥친 2009년 이후 동결돼 있다. 상원의원인 데이비드 비터(공화·루이지애나)는 세비 자동 인상 규정을 폐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딘 헬러(공화·네바다) 상원의원은 의회가 예산안을 처리하지 않으면 2014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10월 1일부터 아예 한 푼의 세비도 받지 말자는 법안을 제출했다. 일종의 ‘무노동 무임금’ 법안인 셈이다.

 하원의원들도 세비를 삭감하자는 대열에 가세하고 있다. 모건 그리피스(공화·버지니아) 하원의원과 제이미 헤레라 뵈틀러(공화·워싱턴) 하원의원은 연방정부가 재정적자를 기록하는 기간 동안 대통령과 부통령·의원들의 세비를 10%씩 줄이자고 제안했다. 뵈틀러는 “백악관과 의회가 재정적자 감축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일단 우리 급여만이라도 줄이자”고 주장했다. 짐 쿠퍼(민주·테네시) 하원의원은 세비 전액 삭감 법안을 마련해 59명 의원의 지지 서명을 받기도 했다.

 의원들이 세비 자진삭감 법안을 잇따라 내는 건 여론의 눈총이 따갑기 때문이다.

 여론조사기관인 라스무센이 지난달 19일 미국의 성인 10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1%는 연방정부 재정이 적자를 면할 때까지 의원들의 급여를 평균 25% 깎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클레어몬트-매케나 대학의 잭 피트니(정치학) 교수는 “의회에 대한 국민의 지지율이 기록적으로 낮다 보니 세비 삭감에 찬성하는 비율이 높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승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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