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한국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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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프랑스」에 가있는 남보씨가 「망통」에서 열린「비엔날레」에서 대상을 탔다는 낭보가 있다. 화가도 많고 전람회도 많고 또 상도 많은 나라에서 있은 일이나 남화백이 탄 상이 어느 정도의 권위와 영예를 지닌 것인지는 짐작이 안간다. 그러나 외신이 전하는 것을 보면 대단히 영예임을 족히 알 수 있다.
「아마·레슬링」이나 직업권투에서 개가를 올린것과는 좀더 다른 의미에서, 극히 흐뭇한 경사이다.
음악이나 미술을 전공하는 사람들이 앞을 다투어서 해외로 나가고 해외에서 이름을 올리고는 간혹 돌아오기도 하고 흔히는 해외에 주저앉아 버리는 예를 많이 보아 왔다. 예술인들을 포함해서 과학eh·인문학도·공업기술자 등 한국을 떠나서 해외로 나간 인재들의 식별수효를 따져 보면 어마어마한 범위에 이를 것이다.
「출한국기」란 책을 한권 써놓고 보면 지식인이나 위정자들이 깊이 반성해야 할 국가대사가 한 두가지가 아닐 것이다.
남화백의 영예를 기뻐하는데 인색하자는 것은 아니다. 사정이 허락한다면 누구나 자신의 발전과 영달을 위해서 보다 넓은 천하에서 스스로 설 땅을 구할수 있다. 해외에서 입시하고 그곳에 영주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의 애국심을 의심한다는 것도 점잖지 못하다. 돌아오지 않겠다는 사람을 억지로 끌어 올 재주도 명분도 없다. 제나라를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애국심이라면 실상 해외에 더 많은 애국자가 있고 해외거주자의 대다수는 주야로 망향의 안타까움을 맛보며 살고 있다.
문제는 「출한국기」에 실린 유능한 인재 하나 하나가 해외로의 첫발을 내디뎠을때의 포부와 심사가 무엇이었는가를 따져볼 일이다.
해외에 나가지 않고 습득할 수 있는 학기와 반드시 해외에서 나가야만 배우고 닦을 수 있는 분야를 한번 가려봐야 한다. 해외에서 배운 학기 중에서 한국의 이익을 위해서 선용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을 저울질해볼 일이다.
즐거운 곳에서 날 오라해도, 진짜즐거운 곳은 내나라, 내집뿐. 남화백이 금의환영할 날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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