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화상 주의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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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9호 18면

즐거운 설 명절이지만 음식을 준비하는 주부들에겐 후유증도 크다. 뜨거운 조리기구에 데거나 기름이 튀어 화상을 입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기름을 끼얹는 것 같은 전신 화상은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위험하고 응급조치도 빨리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기름이 튀는 등의 가벼운 화상도 쉽게 봐서는 안 된다.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흉터가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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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을 입은 후 대처하는 방법은 2단계로 나눠볼 수 있다. 1단계는 응급처지다. 화상을 입은 직후에는 감염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차가운 물로 식혀준 뒤 시간이 지나 수포가 올라오면 터뜨리지 말고 바로 피부과로 가는 게 좋다. 수포는 보기 흉하고 불편하긴 하지만 세균 감염을 막아주는 기능을 한다. 수포를 터뜨리면 방어막이 깨져 2차 세균 감염이 일어날 수 있다. 병원에 와서 소독된 바늘로 수포를 안전하게 터뜨린 뒤 바로 막을 입혀줘야 한다.

화상을 입은 직후의 피부는 수분을 유지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피부의 전해질 밸런스가 깨진다. 이 때문에 피부 속 섬유아세포가 자극되고 콜라겐이 과다 생성돼 일명 ‘떡살’이라고 불리는 화상 흉터가 생긴다. 그래서 화상 후 흉터를 최소화하려면 수분 손실을 막는 게 중요하다. 수분 손실을 방지하려면 재생테이프로 재빨리 덮어 줘야 한다. 시중에 나와 있는 실리콘 시트나 반투과성 재생테이프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제품들은 공기는 투과시키면서 수분이 통과하지 못하게 한다. 화상 부위에 붙여 놓으면 피부의 수분이 공기 중으로 날아가는 것을 억제한다. 이런 제품을 수개월에서 길게는 1년 정도 화상 부위에 붙여 놓으면 그냥 방치한 경우보다 화상 흉터 발생이 훨씬 덜하다. 그 외 화상연고들도 초기에 적절하게 사용하면 도움이 될 수 있다.

응급처치를 빨리 하지 못해 흉터가 심하게 남은 경우는 치료가 매우 어렵다. 현재 완치에 가까운 치료법은 없다. 피부가 엉겨 관절의 움직임이 제한되고 피부의 변형이 심한 중증 화상의 경우 피부 이식술을 고려해볼 수 있다. 다른 부위의 피부를 떼어 이식하는 것이다. 그러나 피부 이식술은 피부를 옮겨 붙여만 놨을 뿐이지 자연스럽지 못하다. 미용상으로 그리 좋지는 않다는 얘기다.

피부 이식 단계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면 레이저 흉터 개선술을 고려해 볼 수 있다. 탄산가스 레이저를 이용한 ‘핀홀법’이 대표적인 방법이다. 달라붙은 피부를 레이저로 살짝 절개한 뒤 핀홀 요법으로 ‘한 땀 한 땀’ 레이저를 쏘아 피부 조직 재생을 유도한다. 이런 과정을 몇 차례 반복하면 흉터가 편평해지고, 색깔도 자연스러워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사람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화상 6개월 후부터 석 달 간격으로 3~5회 치료받으면 상당히 회복된다. 단 흉터가 좋아지는 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므로 인내심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이 좋다.



강진문(46) 분당 차병원 교수 역임. 화상흉터 치료법인 ‘핀홀법’을 개발해 화상환자 치료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다. 저서 『메디칼 바디 케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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