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700선 돌파… '산타 큰장' 기대 뜨거워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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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클로스 랠리(주가상승 행진)에 대한 기대감으로 증시에 불이 붙었다.

산타 랠리는 연말이면 소비 특수에다 배당투자 수요가 겹치고, 펀드매니저들이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주식 매수에 나서면서 크리스마스 전후에 주가가 급등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서울 증시는 산타 랠리 조짐을 보이면서 7일 종합주가지수가 1년4개월만에 7백선을 훌쩍 뛰어넘었다. 최근 주가급등에 대해 최운열 증권연구원장은 "유동성 장세에 따른 요인이 70%이며, 30%는 경제실적이 개선될 조짐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 넘치는 돈, 증시로 몰려=한국은 1998년의 자본시장 자유화 이후 달러화 유동성과 종합주가지수가 항상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 왔다.

교보증권 임송학 투자전략팀장은 "한국 뿐 아니라 세계 증시가 동반 랠리를 보이고 있다"며 "이번 상승장의 근본 배경이 달러화의 풍부한 유동성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년6개월동안 안전지대를 찾아 헤매던 자금들도 금리와 주가의 동반 상승으로 증시 쪽으로 물꼬를 트고 있다.

SK증권의 박용선 투자정보팀장은 "외국인들이 세계적으로 주식비중을 높이는 과정에서 경제실적이 괜찮은 한국에 상대적으로 더 관심을 보였다"며 "세계 시가총액의 1%에 불과한 한국으로선 외국인의 푼돈 투자가 엄청난 유동성 장세로 이어지면서 예상 밖의 급등을 불렀다"고 분석했다.

◇ 비교적 낙관적인 향후 전망=국내 증시에선 연일 꼬리(선물시장)가 몸통(현물시장)을 흔들고 있다. 한국 경제를 낙관적으로 보는 외국인들이 연일 지수선물을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7일에도 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의 순매수로 선물지수가 급등하자 2천5백억원 이상의 프로그램 순매수(값비싼 선물을 팔고 현물주식을 사는 거래)가 일어나 종합주가지수를 밀어올렸다.

주가 급등세에는 꼬리를 무는 호재도 한몫 했다. 아시아 현물시장에서 128메가 SD램과 256메가 SD램이 전날보다 각각 7.28%, 3.48% 상승하면서 반도체 주식이 증시를 이끌었다.

또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3%에서 3.6%로 끌어올렸고 홍콩과 런던의 주요 펀드매니저들은 한국증시를 향후 3개월 동안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시장으로 꼽았다.

메리츠 투자자문의 박종규 사장은 "더 이상 나빠질 것이 없다는 분위기가 투자자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고 있다"며 "오는 13일 선물.옵션 만기일 때 1조원 이상의 차익거래잔고로 주가가 주춤할 수 있지만 내년 초까지 상승세를 이어가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기대되는 산타랠리=일단 주가가 하락세로 돌변할 가능성이 별로 없는 만큼 산타 랠리를 기대해도 좋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대우증권 신성호 투자전략부장은 "요즘처럼 금리가 낮은 상황에선 배당투자의 이점이 돋보여 산타랠리가 연말까지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에서도 90년 이후 12년 동안 다우존스 지수가 12월에 떨어진 적은 두번 밖에 없었고, 한국의 종합주가지수도 대세 상승을 하는 해에는 어김없이 연말 강세를 보였다.

미국 증시의 호조도 국내 주가를 뒷받침해 줄 것이란 지적이다. 큰 호재 없이 나스닥 지수가 2000선을 돌파한 뒤 안정적인 흐름을 타는 것이 산타 랠리의 전주곡이란 것이다.

대우증권 홍성국 투자정보부장은 "현재의 유동성 장세와 내년의 실적 장세를 동시에 대비하면서 종목을 선별할 때"라며 "일단 연말까지는 배당 수혜주와 은행.건설.자산주,저평가된 기술주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철호.이희성 기자 news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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